[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명상수필: 사람이 그립다]

백두산백송 2023. 9. 1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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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필: 사람이 그립다]

내 마음 하나 읽어 줄 사람이 그립다. 분명 그 사람이 그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그가 나와는 동떨어진 곳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다.  아하,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틈새를 잘 노리는 그는 세월 속에 깊숙이 들어와 내 심장에 머물다가 내 눈을 훔쳐가고 말았다.

언젠가부터 가까운 듯 멀리 저편에서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 나도 내 심장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어이 마음속 자리 잡은 어둠이 그의 눈속으로  파고든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맑은 샘물이 그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다행이다.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며 사람 그리운 생각에 빠지곤 한다. 이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랄까. 내 가슴속 샘물도 마르지 않으면 좋겠다.

나무와 나무 그림자
나무는 그림자를 굽어보고
그림자는 나무를 올려다본다
밤이 되어도
비가 와도
그림자가 거기 있다
나무는 안다

김남조 시인의 <나무와 그림자>란 시의 일부다. 서로를 굽어보고 올려보는 너그러운 모습,  낮과 밤이 되어도  한몸 하나로 늘 그 자리에 있다. 부럽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그림자도 따지고 보면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 가는 것. '나무와 그림자'가 부러운 계절, 가을바람이 낙엽을 몰고 간다. 사람 하나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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