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수필: 정호승의 시를 알고자 한다면]
정호승의 시를 읽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정호승 시인을 좋아한다. 사람의 향기가 잔잔하게 녹아 흐른다. 글에 가식이 없다. 그저 말하듯 줄줄 엮어가는 글줄이 때론 클래식이 되고, 때론 트롯이 되어 가슴을 울린다.
그는 "불행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는 일에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실패한테 무릎을 꿇고 울었다."고 했다. 얼마나 인간적인 말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가. 불행으로부터 벗어나기란 어렵고도 힘든 것. 나 역시 무릎을 꿇고 속죄의 시간이 흘러가야 치유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 진정성에 목이 울컥한다.
그는 아버지의 임종도 어머니의 임종도 끝내 보지 못했다. 나도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최명희가 말하는 '혼불'의 참사랑을 놓쳐 버린 회한은 세월이 갈수록 깊이를 더해 간다. 한 줄 시는 그냥 잉태되지 않는다. 곰삭은 가슴앓이가 순수의 명시를 낳는 것 같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가 소환된다. 잠시 정호승도 울고 나도 운다.
정호승은 그의 문학의 원천이 대구 수성구 범어천(泛魚川)이라고 했다. 시의 고향이자 모천(母川)인 범어천에는 《수선화에게》란 시비(詩碑)가 있다."요즘 들어 너는 외롭지 않냐?"라고 묻는 친구의 말에 화들짝 던진 한마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란 말이 화소(話素)가 되어 탄생한 시(詩)가 바로 《수선화에게》란 시라고 했다.
정호승의 시를 알고자 한다면 시가 있는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읽어야 한다. 전 4부 60편의 시에 대해 시작 배경을 잔잔하게 전해 준다. "삶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시詩가 되어 맺힌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그의 시 <수선화에게>란 시의 일부다.
"인간은 사랑해도 외롭고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습니다. 사랑을 받아도 외롭고 사랑을 받지 못해도 외롭습니다. 그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이 외로움'임을 시와 산문으로 깨닫게 한 시가 있는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꼭 읽어 볼 일이다.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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