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명상수필: 익어야 한다]

백두산백송 2023. 11. 2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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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필: 익어야 한다]

하루에 계란  두 개 정도 먹으면 좋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이순(耳順)을 넘어서다. 이렇고 보면 이순이란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내 귀가 보드라워진 모양이다.

공자가 말한 삼십에 이립(而立)하고, 사십에 불혹(不惑)이요, 오십에 지천명(知天命)이란 것을 서당개도 삼 년이면 안다고 했다. 하기야 이제는 서당개가 없으니 모를 수도 있겠다. 나이 60 지나 70에 격물치지(格物致知)를 깨달은 후 공자는 70을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라 했다.

계란 두 개가 뜨거운 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아마도 반숙을 지나 완숙을 향해가는 몸부림이리라. 푹 익었을 계란을 꺼내 들었다. 삶은 계란이 잘 익어 제맛이다. 격물치지(格物致知), 세상 만물도 인생도 잘 익어야 제 맛과 빛깔을 낸다. 설 익은 인생은 인생이 아니다. 완숙을 향한 계란의 뜨거운 몸부림, 천하를 주유하던 공자도 나이 70에
이를 깨달았다.

공자의 인생, 어쩌면 계란보다 더 치열한 몸부림을 통한 철리(哲理) 인지도 모른다. 공자를 두고 예수와 석가모니처럼 성인의 반열에 올리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 천하를 주름잡는 득도(得道)를 향한 몸부림. 예수도 석가도 공자도 푹 익은 계란이다.

공자를 두고 오죽했으면 '7일 굶은 거지의 형상'이라 했겠는가. 격물치지(格物致知), 그 득도와  관련된 이야기 하나가 "동지박 서지박(東枝璞 西枝縛)"이다. "동쪽 가지는 구슬 박이고, 서쪽 가지는 얽은 박"이다. 말하자면, "동쪽여인은 미인이요, 서쪽여인은 박색이라". 공자가 한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인의 미모를 입에 올리면 낭패를 당한다. 이 말을 들은 서쪽 박색 여인이 공자에게 던진 말, "건순노치 칠일절양지상 (乾脣露齒 七日絶糧之相)이요, 이백어면 천하명문지상 (耳白於面 天下名文之相)이라." "당신은 7일 굶은 거지 모습이지만 문장 하나는 천하를 주름잡겠다."라고 했다. 이후 공자가 나이 70에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를 깨달아 가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른바 밀의사(蜜蟻絲)다.

"구멍이 9개 뚫린 구슬을 명주실로 한 번에 꿰어 보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공자에게 계혜촌(繫鞋村) 박색 여인이 알려준 해결책이 밀의사(蜜蟻絲)다.

밀의사(蜜蟻絲), 꿀,개미 한 마리,실. 이들을 가지고 개미 뒷다리에 명주실을 묶어 놓고, 아홉 개의 구슬구멍에 꿀을 발라 뒀더니, 개미가 구슬을 다 꿰어 놓았다는 것을 공자 나이 70이 되어서야 그 이치를 깨달았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지고 태어나 두 눈, 두 귀, 두 코로 사물을 감지하고, 입으로는 잘 먹고 잘 말하며 두 구멍으로는 배설하기에 막힘이 없다면 그것이 바로 탈없이 삶을 이어가는 기본이라고 했다. 소위 잘 먹고 잘 싸고 남 말하지 않고 살면 끝이다.

공자의 격물치지(格物致知)를 생각하면 완숙을 향한 나의 몸부림은 아직 뜨거운 물을 거부할 수 없다. 계란을 삶듯 푹 삶아야 한다. 그래야 나도 어느 날  밀의사(蜜蟻絲)와 같은 선문답(禪問答)을 통해 뭔가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 격물치지(格物致知),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欲不踰矩), 그 깨달음의 경지를 내 어이 가늠하리오. 삶은 계란 두 개가 제 맛이다. 세상만물도 인생도 익어야 한다. 나도 제대로 익어야 한다.(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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