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명상수필: 티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백두산백송 2023. 11. 18.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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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어승생악 정상에서

[명상수필: 티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밥을 짓다 보면 안다. 신기하다. 매일 짓는 밥도 매번 다르다.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밥의 질과 맛이 달라진다. 짓는 밥도 기분 따라 달라지니 밥이 곧 내 마음 같다. 티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밥은 밥솥이 다 알아서 해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밥솥이 밥을 짓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밥을 짓는다. 일체유심조란 따로 없다. 내 마음 따라 그날의 밥이 달라지니 밥은 짓는 이의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랴. 티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나는 간식을 아무리 먹어도 밥은 꼭 먹어야 한다. 누구는 탄수화물에 중독되었다고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닐 성싶다. 밥을 먹고 나면 책을 보고 싶고 한 줄 시를 읽고 싶다. 사람은 뱃심으로 산다.  나는 밥을  꼭 먹어야 한다. 티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밥을 짓는 것이 여자의 몸을 떠난 지도 오래된 듯하다. 나는 이제 밥을 짓는 일에 이력이 낫다. 밥솥에서 끓는 소리가 날 때는 내 마음도 끓어오른다. 쌀이 돌고 돌아 밥이 되듯  내 마음 티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밥솥이 기지개를 켜며 뜨거운 김을 확 뿜어 올릴 때  티스토리도 흥이 나서 돌아간다. 그냥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문학이 되고 역사가 되고 한 편의 드라마가 되어 내 일상을 지배하며 돌아간다. 티스토리가  잘 돌아갈 때는 밥도 잘 된다. 그날그날의 밥이 달리 되듯 티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밥솥도 그냥 두면 밥이 되는 것 같지만 끝까지 정성을 다 할 때 밥다운 밥이 된다.  다 된 밥도 그냥 두면 맛이 없다.  뜸을 들여 잘 섞어야 비로소 밥맛이 난다. 밥이 정성과 사랑이듯 티스토리도 마찬가지다.

나는 언젠가 밥을 두고 이런 시를 짓기도 했다.

밥은 보고만 있어도 겸손해진다
고양이도 개도 심지어
조잘거리는 참새도
밥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밥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사람이 웃고 개도 웃고
고양이도 웃고 심지어
나뭇가지 위
참새도 웃는다

밥이 보약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밥을 먹고 사람이 되고
밥을 먹고 개가 되고
밥을 먹고 고양이가 되고
밥을 먹고 참새가 된다

밥은 보고만 있어도 겸손해진다
고양이도 개도 심지어
조잘거리는 참새도
밥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밥은 언제나 나를 겸손하게 한다. 티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밥도 티스토리도 잘 되었다. 다행이다. 밥맛이 티스토리 맛이다. 행복이 따로 없다.(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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