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명상수필: 만사는 소통이다]

백두산백송 2023. 11. 15. 09:01
728x90
320x100

 

마비정 벽화마을에서

[명상수필: 만사는 소통이다]

허영만의 백반기행이 입맛을 돋운다. 만져 볼 수도 맛 볼 수도 없는 음식들이지만 나는 허영만의 목소리에 푹 빠져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모르게 한 그릇 뚝딱 해 치운다. 구수한 말의 레시피가 맛깔난 비주얼을 압도해 버리는 순간이다.

뿐만이 아니다. 예명은 허영으로 가득 찬 허영만이지만 요리사를 대하는 그의 태도는 늘 겸손이요 소통이다. 그렇다고 요리사를 마냥 치켜세우지도 않는다. 요리조리 음식에 고명을 섞어 맛을 내 듯 주인과 소통하는 말의 레시피는 구수하면서도 감칠맛 난다. 먹을 수 없는 음식을 앞에 두고 군침을 흘리는 것은 다름 아닌 그가 풀어내는 말의 레시피요 요리사와의 완벽한 소통이다.

단골 선술집  술맛도 주모와의 소통이 한 몫 한다. 동네 막창집  아지매의 별명은 '막조', 안주가 모자라면 막 준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그저 막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는 장난기 어린 유머와 위트가 있다. 객과의 거침없는 소통이다.  마음이 통하면 술맛은 절로 난다.

-군산 째보선창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 주전자 시켰더니 병어회가 안주로 나왔다
그 꼬순 것을 깻잎에 싸서 먹으려는데 주모가 손사래 치며 달려왔다
병어회 먹을 때는 꼭 깻잎을 뒤집어 싸먹어야 한다고,
그래야 입 안이 까끌거리지 않는다고-

안도현의 시 <병어회와 깻잎>이다. 쏜살같이 손사래를 치며 달려오는 주모, 역시 식객을 대하는 주모의 태도에서 고소한 맛이 입안을 채운다. 입 안이 헐어버리면 고소한 맛이란 없다. 손님을 대하는 주모의 태도와 기지가 바로 술맛이다. 이를 낚아챈 시인의 술맛이 막걸리 몇 주전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백반기행의 허영만, 그가 맛보는 음식은 늘 군침을 돋게 한다. 식객 허영만의 여유와 낭만이 탐난다. 안주도 막걸리도  음식맛도 결국은 소통에 있다. 막창집 주인 아지매가 생각난다. 빨리 가고 싶다.  만사는 소통이다.(2023.11.15.)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