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명상수필: 바람과 나무처럼]

백두산백송 2023. 11. 8.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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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필: 바람과 나무처럼]

사랑의 계절이요, 결실의 계절이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기 힘든 세태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 그것도 믿고 사랑해야 한다. 사랑은 믿음이다.

이 계절, 온몸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바람과 나무를 보라. 세차게 휘몰아치는 바람이 나무를 때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격렬하게 나무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무도 이를 알기에 온몸을 맡긴다. 우리는 바람과 나무의 내밀한 사랑을 배워야 한다. 낙엽은 그냥 낙엽이 아니다. 온몸을 맡긴 나무의 고통이요 떨어지는 눈물이다. 바람이 격하게 나무를 사랑한 흔적임을 나무는 알고 있다.

강풍이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와 함께 바람이 낙엽을 쓸어가고 있다. 겨우 붙어 있는 잎들마저 용납이 안 된다. 죽여야 산다. 참아라. 순간의 고통은 다가오는 여름의 성장(盛裝)을 기약한다. 미련을 갖지 마라. 떨어질 때는 확실히 떨어져야 한다. 네 목을 안고 뒹구는 바람도 죽을 때는 확실히 죽을 줄 안다.

바람이 춤을 춘다. 신바람이 났다. 바람도 나무를 위해 희생할 줄 안다. 바람이 몸을 도사리고 자신의 몸만 생각한다면 어찌 높은 하늘, 푸른 벽에 온몸을 부딪히며 말끔히 나뭇잎을 흩날리겠는가. 강하고도 세차게 강렬하게 불어라 바람이여. 그래야 나무는 화려하고 풍성한 옷을 입는다.  한여름 성장(盛裝)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환부를 도려내야 새살이 돋듯 나무도 온몸을 바람에게 맡겨야 새잎이 돋아난다.

바람과 나무가 죽기 살기로  몸부림친다.  하지만 나무는 바람이 주는 사랑을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생각해 보라. 사계절 바람과 나무는 한몸으로 살아간다. 세차게, 격렬하게,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바람은 나무를 사랑할 줄 안다. 그것도 온몸으로 사랑할 줄 안다.

강풍이다. 세찬 바람이다. 낙엽이 비처럼 쏟아진다. 바람이 나무를 또 격하게 사랑하고 있다. 바람의 계절, 우리 모두 세차게, 격렬하게, 강하게, 때론 부드럽게 사랑하면 좋겠다. 바람과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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