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명상수필: 꼭두서니]

백두산백송 2023. 12. 18. 06:20
728x90
320x100

[명상수필: 꼭두서니]

그날따라 창밖에는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그녀가 내 옆에 앉기까지 나는 배호의 노래인 "돌아가는 삼각지"를 입으로 흥얼거리고 있었다. 선친이 즐겨 부르시던 노래라 어린 시절부터 귀에 익은 이 노래를 나는 좋아한다.

'궂은비 오는 삼각지', 얼마나 낭만적인가. 무언가 그리운 서정으로  노래에 푹 빠져있는 나를 향해 그녀가 던진 질문은 "꼭두서니를 아시나요?"였다. 그해 우리는 집단 연수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녀는 상담사로서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안내하고 있었다. 연수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우수에 젖은 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생각 없이 그녀의 입술만 쳐다보고 있었다.

"사람은 살아갈수록 자기 나름의 빛깔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꼭두서니는 꼭두서니과에 속하는 식물로 지금은 인조물감에 밀려서 거의 쓰이지 않지만, 옛날에는 이를 가지고 주로 천이나 나무를 붉은색으로 물들였답니다. 이 식물의 꽃말은 아름다운 자태를 말하는 '미태(美態)'랍니다. 산이나 들의 숲 속에서 낮은 나무에 달라붙어 무리 지어 자라며 약재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이를 이용하여 염색 애호가들이 옷의 빛깔을 내기도 한답니다. 저는 이 꼭두서니를 가지고 옷의 빛깔을 내듯 내 인생에 알맞은 나의 향기와 빛깔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서 별칭을 꼭두서니로 지었습니다." 선생님들도 자신의 별칭을 하나씩 지어 설명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나는 꼭두서니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의 별칭을 설명할 때까지 이는 꼭두각시의 또 다른 이름인 줄 알았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많은 세월이 흘러갔지만 꼭두서니란 말은 늘 입가를 맴돌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꽃 보다 이 말 자체를 좋아했던 것 같다.

꼭두서니, 자신의 인생에 알맞은 향기와 빛깔을 빚기 위해 그녀는 지금도 이 꽃을 만지작거리고 있을까. 인생의 향기와 빛깔이라니. 예명이 백송이지만 만일 나에게 나름의 빛깔과 향기를 선택하라면 나는 에머럴드 빛에 국화꽃 향기를 선택하고 싶다.

산뜻한 녹색은 보기만 해도 좋고, 은은한  국화꽃향기는  언제나 나를 그리움에 젖게 한다. 오늘은 녹색글판에다 국화차 한 잔을 마시며 '돌아가는 삼각지'와 '들국화 여인'을 실컷 듣고 싶다.  '꼭두서니를 아시나요.'......(2023.12.18)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