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수필: 대구 10미(味),야끼우동]
대구 10(味) 중에 하나인 야끼우동에 대해 써 보았다. 대구 10 미는 '납작 만두, 논메기매운탕, 누른 국수, 따로국밥, 동인동찜갈비, 막창구이, 무침회, 뭉티기, 복어불고기, 야끼우동(볶음 우동)'이라고 한다.
야끼우동 전문점에 앉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 그릇 먹어 버렸다. 맛이 좋아 흥분한 탓인지 글도 흥분해 버린 것 같다. 글 속 군더더기를 고명으로 생각하고 삼켜 주면 좋겠다.
수성못을 바라보며 야끼우동을 주문했다.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 한편에서 불기둥이 솟구치는가 싶더니 이내 짬뽕 같은 야끼우동이 나왔다.
벌겋게 잘 익은 꽃게에다 조개와 주꾸미 그리고 오징어가 보기 좋게 조화를 이룬 것이 먹음직스럽다. 맛집 크리에이터는 아니지만 한 컷을 잡았다. 어디를 가나 요즘은 음식도 예술이란 생각이 든다. 야끼우동 하나를 보더라도 나름의 레시피로 각양각색이다. 식객의 눈과 입을 훔치고자 하는 요리사들의 집념은 요리 하나하나가 맛의 천국이다.
쫄깃쫄깃한 면과 함께 푹 익은 해산물 한 점을 입에 넣고 천천히 즐겼다. 식감이 좋다. 백반 기행의 허영만이 생각났다. 무엇을 먹든 그를 생각하면 없던 맛도 저절로 우러난다. 한 입 두 입 감치는 맛이 허영만이다. 매운 듯 맵지 않은 그러면서도 푹 익은 고명과 함께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는 진한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그저 "우와~ 맛있다". 이 말 이외에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야끼우동은 중국 요릿집에 다 있다. 그만큼 우리네 먹거리에 익은 음식이다. 나는 면 종류의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은 간짜장이나 짬뽕 또는 야끼우동을 찾는다.
야끼우동은 1970년대 대구에서 개발된 얼큰하고 매운 '대구식 볶음 우동'이란다. '대구식 볶음 우동'이 '야끼우동'인 줄은 몰랐다. 일반적 레시피는 '고춧가루와 마늘 등의 매운 양념'을 기본으로 '양파, 배추, 숙주나물들로 식감을 더해주고 꽃게, 새우, 돼지고기, 오징어'까지 듬뿍 넣어 맛을 낸단다.
겨울바람이 차다. 그래도 야끼우동을 먹고 있으니 행복이 따로 없다. 얼큰한 면발은 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야끼, 군만두를 야기만두라 하듯 야끼우동도 마찬가지다. 구석구석 배어 있는 일본식 어휘와 짬뽕이 된 우리말이 어디 한둘 이리요마는 가끔은 이런 말들이 목에 걸리거나 궁금할 때도 있다.
'야끼우동이란 '우동(가락국수의 비표준어)'에 접두사 '야끼'가 붙어 생긴 말'이라 나는 야끼우동의 원조가 일본인 줄 알았다. 아니 글쎄, 야끼우동이 대구를 바탕으로 한 '볶음 우동'이라니. 국적을 달리하는 하나 된 음식, 야끼우동, 일러 '대구식 볶음 우동'도 분명히 어두운 역사 속에서 이리저리 부대끼고 이것저것 섞여서 생긴 역사적 어휘의 하나이리라.
음식의 세계화, 국경이 없는 레시피의 시대에 '야끼'면 어떻고 '우리'면 어떠하랴. 문제는 음식도 근본을 알고 즐기는 것이 그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는가. 하여 '야끼'는 '굽다'라는 뜻의 일본어로서 국어순화 차원에서 '야끼우동'을 '볶음 우동'으로 부르게 했다 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야끼우동'으로 명명(命名)되고 있고, '볶음 우동'이란 말 대신에 '야끼우동'이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이렇듯 국어순화의 한계는 늘 일상어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언어도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로서 힘센 놈만 생존한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일본식 이름이 풍기는 '야끼우동'이지만 제맛을 우려내는 곳은 '중국요리점'이다.
깊이 우려낸 벌건 국물을 마지막 면발로 말아 한입 가득 삼켰다. 야끼우동, 먹을수록 끼를 부리는 이 야릇한 맛을 어이할꼬. 한 그릇 더 먹고 싶다.(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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