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명상수필: 회개와 용서]

백두산백송 2023. 12. 25. 06:33
728x90
320x100
출처:다음 카페

[명상수필:회개와 용서]

성탄절이다. 메리크리스마스! 회개와 용서, 토속적 신앙에 푹 빠져 있던 내가 가톨릭 신자가 되어 하루를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마무리하기까지는 나름의 시련이 왜 없었겠는가. 아픔만큼 성숙한다는 말은 진리다.

나는 언제나 이방인이었다. 어디든 함께 있어도 있는 것 같지 않은 무기력은 심한 아픔과 함께 찾아왔다. 싫었다. 몸도 마음도 처질 대로 처졌다. 발병의 원인은 간단했다. 사람은 무슨 일이든 올바른 생각과 마음을 가져야 한다.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언(非禮勿言), 비례물청(非禮勿聽), 비례물동(非禮勿動)이라 했다. 틀린 말 하나 없다. 예가 아닌 것들을 보고, 말하고, 듣고, 행했기 때문이다. 뒤돌아보니 모두가 내 탓이요, 스스로 짐 진 업이었다.

우연히 카카오 스토리(마음, 부처, 신, 중생님의 스토리글)에서 마주한 주련(柱聯) 하나를 던져 본다. '자신자해(自信自解) 자행증(自行證):스스로 믿고 스스로 이해하고 스스로 체험하다.)'

나는 세례명 토마스로 거듭났다. 알게 모르게 지은 죄를 용서받는 순간 눈물이 났다.

모든 죄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빚어진다. 서로의 가슴을 찢어 버리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몸으로 생각으로 입으로 죄를 짓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이를 불가에서는 신업, 의업, 구업이라 일컫는다. 세례 받았다고 지은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죄를 짓지 말라는 것이다. 그날 이후 하루를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마무리하고 있다.

뒤돌아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주고받은 상처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서로 용서 없이 돌아 선 사람들, 절친과의 냉전, 뿐만 아니라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 질투, 갈등, 분노, 오해, 등 등. 하나같이 알게 모르게 지은 죄들이다. 참회의 길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다.

이른 아침 변기통 옆에 물것 하나가 나를 놀라게 했다. 분명 배수구를 타고 힘겹게 올라온 놈이다. 종이로 콕 집어 마당에 던져야 할 것을 슬리퍼로 문질러 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지만 미물 앞에 잠시 고개를 숙였다.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것을...... 잠시 마음이 편하질 않았다.

평생 구도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이혜인 수녀도 용서받고 용서할 것들이 많을까. 용서를 위한 기도가 구구절절 간절하다. 용서를 빌면 빌수록 용서할 것들이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것일까. 생각 없이 살아갈 때는 용서란 말을 함부로 하지는 않았는데 토마스가 되고부터는 용서란 말이 주기도문과 함께 일상이 되어 버렸다.

시인 구상도 이혜인 수녀도 틈만 나면 기도를 하고 용서를 비는 삶을 살았고 또 살고 있다. 마음의 병도 병이지만 암을 치유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시집 《민들레의 영토》가 저 멀리 외딴섬으로 다가온다. 수녀님의 건강을 빌며 님의 시 <마음의 문>을 소개해 본다. 마음의 문은 닫기는 쉬워도 열기는 왜 그리 어러운지......

《마음의 문》/이해인

내 마음을 여는 순간
당신은 내게 와서
문이 되었습니다

그 문 열고 들어가
오래 행복했습니다

이제 나도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문이 되고 싶지만
걱정만 앞서니 걱정입니다

살아갈 날이 그리 많지 않은데
사랑의 분량은 많지 않아 걱정
마음 활짝 열어야 문이 되는데
오히려 닫고 있는 나를 보게 되는 걱정

허지만 오늘도 걱정의 틈은 좁히고
마음은 넓혀서
문이 되는 꿈을 꾸겠습니다 (2023.12.25.)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