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감상: 엘렌 랭어의 《늙는다는 착각》 리뷰]
- 하버드 심리학 거장이 전하는 건강하고 지혜롭게 사는 법-
2월은 빨리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 달리 힘겹게 넘겼다. 여기저기 홍매화가 피고 벚꽃이 벌써 피었다는 소식은 들려오는데 내 마음의 봄은 쉽게 오지 않았다. 그래서 몇 번이고 춘래불사춘이란 말을 해 보는 것은 인지상정. 아직 집 가까운 비슬산 정상에는 하얀 눈이 산을 덮고 있다.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한숨 쉬어 보지만 하루하루가 예전 같지 않다.
하버드 심리학 거장이 전하는 건강하고 지혜롭게 사는 법, 《늙는다는 착각》이란 책을 훑어본다. "꼭 이런 책을 읽어야 할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시집간 딸애가 택배로 보낸 책이라 그냥 두기가 미안했다. '늙는다는 착각'이 아니라 이미 늙어버린 아버지가 걱정이 되어 보낸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엘렌 랭어는 하버드 심리학과 교수다. 1981년 여성 최초로 하버대 심리학과에 종신 교수직에 임용됐다. 아직도 여성 최초란 말에 매력을 느끼는 것을 보면 '구닥다리 페미니스트'가 아니고 무엇이랴. 아니 '구닥다리'라기보다 페미니스트인 척하는지도 모르겠다. 말로는 여성의 평등한 사회적 지위를 이야기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자행되는 행위는 아직도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녀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심리학자로서 통제, 의사결정, 노화, 스트레스, 마음 챙김, 건강을 주제로 11권에 이르는 책과 200편이 넘는 연구 논문을 쓰며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 놀랄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제1장에서 10장까지 구성된 이 책에서 <제4장> , <무엇이 우리를 병들게 만드는가. 고정관념 버리기>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고정관념을 버리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며칠 전 나는 무인카페에서 낭패를 당했다. 실수하지 않고 한잔 카페라떼를 뽑기 위해 조심스럽게 신용카드를 넣고 버튼을 누르자 자판기 옆에서 컵이 툭 튀어나왔다. 고정관념, 당연히 그 컵에서 커피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커피는 자판기에서 쏟아지고 있었다. 급히 튀어나온 종이컵을 받쳤지만 커피는 그대로 줄줄 흘러내리고 말았다. 《늙는다는 착각》이 아니라 이미 늙었다. 자동화된 기기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늙었음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단서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래도 거장 심리학자의 심리서적, <고정관념 버리기>의 일단을 보자. 분명 늙었지만 어쩌면 《늙는다는 착각》 때문에 더 빨리 늙어가는 줄도 모르지 않는가. 늙었지만 늙지 않은 척하기란 늙는 것보다 더 어렵다. 차라리 그냥 늙었음을 인정하고 싶지만 딸애의 정성이 자꾸 책장을 넘기게 한다.
다음은 <제4장>의 목차의 일부다.
- 모든 것이 나이 때문일까
-우리를 살찌게 만드는 것들
-깔끔하게 분류되기에는 너무 복잡한 인간
-왜 더 좋아질 거라고 착각하지 않는가
-건강한가, 병들었는가?
목차에 따라 생각을 대충 정리해 본다. 늙는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나이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라. 할 수 없는 것이 모두 나이 때문이란 생각은 잘못되었다.
*비만 자체가 질병이란 증거는 아직 없다. 질병이라고 속단 말라. 우리 몸은 각자 소유하고 경험한 독특한 유전 암호와 환경 요인에 따라 서로 다르게 작용하는 생물학적 과정이 연결된 복잡한 체계다.
*의학적 진단도구로 집단의 건강을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도 있지만, 의학적 진단은 의학적 진단일 뿐이다. 결국 의학적 조언을 무심히 따르지 말라는 경고다.
*깔끔하게 분류되기에는 인간은 너무 복잡한 존재다.
*한마디로 의학은 자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해답의 집약체가 아니다. 진단, 예후, 연구 방법, 통계는 효율적이고 윤리적이며 의미 있는 의술에 모두 필수적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변성으로 인한 태생적인 불확실성 면에서 볼 때 의학 역시 해답의 집약체라기보다는 연구의 한 방편으로 여겨야 한다.
*종양 때문에 필연적으로 죽을 것이라 예상하기보다는 왜 좋아질 거라고 착각하지 않는가라고 질타하고 있다. 어떤 병이든 긍정적인 태도와 낙천주의는 병의 회복을 도울 뿐만 아니라 합병증 대비에도 도움이 된다.
*내 몸의 변화는 내가 알아차려야 함을 임상적 실험적인 확실한 결과치가 말해 주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기존 의학에 대한 반론으로 읽힐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이 점을 밝혀 두는 것이 중요하겠다. 만일 건강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증상이 찾아온다면 나도 마땅히 의사를 찾겠지만, 다만 그때는 전승 기법으로는 달리 손쓸 방법이 없어서일 거라고."
표제 글들이 이 책 읽기를 유혹한다.
*《늙는다는 착각》은 평생 건강과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제시한다. 나이가 몇 살이든 상관없이 당신의 삶의 질을 높여 줄 이 가장 중요한 책을 읽으시라. (디팩 쳐프라/ 하버드대학교 의학박사)
*일반적인 통념은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는 명석하고 창의적인 사회 과학자라고 하면 퍼뜩 엘렌 랭어가 떠오른다. 저자는 환상적인 이야기꾼이며, 《늙는다는 착각》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조명하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둘의 관계를 더 잘 이해하여 더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이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댄 애리얼리/ 행동 경제학자)
*에렌 랭어의 저작은 오랜 세월 내게 영감을 주었다. 《늙는다는 착각》은 건강에 대한 당신의 사고방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 줄 것이다. 그야말로 멋진 책이다.(크리스티안 노스럽/ 의학박사)
어쨌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일정하게 내 몸에 병적 신호나 건강 염려증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우연히 접한 한 권의 책이 내 건강을 지켜주는 보석이 될 수도 있다. 딸애가 이 책을 보내 준 이유를 알겠다. 당신도 《늙는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라. (20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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