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티키타카 1-
성대감의 아내 정경부인의 풍병을 낫게 한 대가로 성대감이 베푸는 은혜에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은혜를 아는 진정성이 가슴을 때리는 순간이다.
"사는 집은 마련했던가?"
허준이 시선을 들어 성대감을 바라보았다.
"집이라 하오시면?"
"아직 남의 수하에 있다 하면 자네의 기량이 어떻다 할지라도 살림에 큰 여축(餘蓄)은 없이 사는 게 아닌가 싶어서 묻네. 장만을 했던가, 집은?"
허준이 얼른 대답을 못 했다.
"내가 그대에게 꼭 무엇인가 하나 해주고 싶은데 집을 한 채 지워주면 어떻겠나?"
국을 떠 입으로 가져가던 임오근의 숟가락이 정지했고 허준은 멍해졌다.
겸손하게도 정경부인의 풍병을 낫게 한 공을 스승 유의태로 돌려보지만 성대감은 허준에게 집을 지어주고 유의태에게는 따로 사의를 표하고자 한다. 사람이 사람의 고마움을 안다는 것은 쉽고도 어려운 일. 더구나 큰 공에 대한 보은을 거절하는 일 또한 베풂보다 더 어려운 일이 아니던가. 두 사람의 사람됨을 생각하면서 명심보감 한 구절을 떠올려 본다.
명심보감 경행록에서 말하기를 "은의(恩義)를 광시(廣施)하라. 인생하처불상봉(人生何處不相逢)이랴. 수원(讐怨)을 막결(莫結)하라. 노봉협처(路逢狹處) 면 난회피(難回避) 니라. <은혜와 의리를 베풀어라. 인생이 어느 곳에서든지 서로 만나지 않으랴. 원수와 원망을 맺지 말라. 길이 좁은 곳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려운 일이라.>"
허준이 살아온 행적이 이러하니 어이 하늘이 허준을 버리겠는가.
끝내 집을 지어 주겠다는 사의를 거절하고 궁중 내의원이 되기 위한 성대감의 추천서 한 장을 들고 집을 향하는 허준의 모습이 경외롭다.
연일 이어지는 의협의 투쟁, 대한민국 의료계의 현실은 답답하다. 전공의는 복귀하지 않고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집단 사직을 하겠다며 정부를 향해 소리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밥그릇 싸움, 한줄기 봄비람이 여전히 차갑다.
김난도가 말하는 "호모 프롬프트란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채널이자 방식이다. 그리고 AI와 말을 주고받는 연속적인 질문과 대답의 과정을 지칭하는데, 생성형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성을 포괄한다. 호모 프롬프트는 자신만이 보유한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더욱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각종 AI와의 '티키타카(두 사람이 서로 잘 통하여 탁구공이 오가듯 빠르게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정말이지 왜 인공지능의 시대에 의협과 정부는 '티키타카'를 할 수 없을까. 호모 프롬프트를 통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혜안을 빠르게 도출할 수도 있을 텐데.
집을 향해가는 허준도 경제전문가인 김난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사람의 일은 사람이 풀어야만 한다. 정부와 의협 간의 신속한 티키타카가 절실하다. 정부가 주도하는 의료개혁,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적 국면에서 아직 화룡점정을 기대하기란 이른 것 같다. 허준의 인간됨이 돋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화룡점정을 향해 끊임없이 난국을 헤쳐가는 자기 주도적 인간형인 허준의 모습에 어디론가 사라진 전공의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허준을 두고 MBTI 성격유형 검사를 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아마도 분석가형이나 탐험가형으로서 INTJ나 ISTP형으로 나올 것만 같다. 그의 성격을 닮고 싶은 나는 성격유형이 옹호자로서 INFJ-T 다.
아쉬운 티키타카, 정말이지 춘래불사춘이다. 쉽게 되는 일이 없다. 창조적 역발상, 길게 드러누운 로마가도도 세워버리면 높은 성벽이 된다고 이어령은 말했다. 역지사지, 창조적 역발상, 허준과 김난도의 티키타카가 의협과 정부로 옮아가길 기대해 본다.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아쉬운 티키타카 2>]를 후속 편으로 남겨 본다. (2024.3.14)
'[책 따라 마음 따라]: 책 읽기 &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문 &감상: 이은성의 소설(중) 동의보감 리뷰, 제9화] (112) | 2024.03.24 |
---|---|
[산문 &감상: 이은성의 소설(상) 동의보감 리뷰, <메타인지 능력의 소유자, 허준> 제8화] (103) | 2024.03.16 |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 다시 보고 싶은 허준, 전공의들도 보고 싶다. 제6화>] (139) | 2024.03.06 |
[산문&감상: 엘렌 랭어의 《늙는다는 착각》 리뷰] (137) | 2024.03.04 |
[산문&감상: 허창옥의 산문산책 2 "오후 네 시" 리뷰, 아포리즘 수필의 창작과 실제] (145) | 2024.0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