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수필&감상: 흥 너머 신선놀음]
상주 경천대 폭포수가 길손을 유혹한다. 오월의 더위가 이미 한여름이다. '낙동강 1,300리 물길 중에서 경관이 가장 빼어난 곳으로 하늘이 만들었다 하여 일명 자천대( 自天臺)'라 불리는 경천대(驚天臺).
셔틀버스를 타고 오르내리는 조각공원, 경천전망대, 상도 촬영장, 무우정. 물 좋고 산 좋은 곳을 지나칠 때면 저런 곳에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자연에의 동경, 이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
멋진 벗이 대나무숲 속 전원주택을 지었다. 편백나무로 천장과 벽을 장식하고 남향으로 반듯하게 자리를 잡았다. 거실에는 한 편의 시를 쓴 액자가 걸려 있다. 생전 춘부장께서 쓰신 서예 작품이다.
興來長嘯上高樓(흥래장소 상고루)
높은 누각 읊조린 흥 길게 이어지고
明月蘆花飛岸秋(명월노화 비안추)
밝은 달 갈대꽃 춤추는 가을 언덕
最好一聲漁父笛(최호일성 어부적)
한 가락 어부 피리 그 소리 최고 좋아
夜深吹過白鷗洲(야심취과 백구주)
밤 깊이 피리 불며 백구주 지나가네
자연 속 흥이 이보다 좋을 것인가. 피리 불며 갈대밭을 지나가는 길손. 예나 지금이나 끝없는 자연 속 삶에 대한 동경. 경천대를 오르내리는 길손도, 벗이 꿈꾼 전원주택도, 액자 속 춘부장의 흥래장소 상고루(興來長嘯上高樓)도 하나 같은 마음인 것을. 절세가인, 정극인도 송강 정철도 송순도 자연 속 음풍영월 신선되어 갔다.
청도 별빛마을을 마주한 전원주택. 아름다운 달무리, 구석구석 매만진 손길, 누각 중심 오작교, 은은한 백색 가로등, 귓전을 스치는 한줄기 바람, 興來長嘯上高樓(흥래장소 상고루)는 흥 너머 신선놀음 바로 그것이어라.
그렇다. 벗의 전원주택, 그곳에 가면 달빛보다 아름다운 부부의 정성과 사랑이 있고 무엇보다 삶의 보람이란 것이 한판 똬리를 틀고 있다. 멋진 인생, 상고루 달빛 속 부부가 못내 부러운 것을 어이하리.(202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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