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자작시&감상: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

백두산백송 2024. 5. 9.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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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감상: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
웃는 돼지도 먹고
우는 돼지도 먹는다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
때론 따로국밥을 먹고
때론 훌훌 말아먹기도 한다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
내보다 더 잘 먹는다

돼지는 온몸이 돼지국밥이다
나도 온몸이 돼지국밥이다

돼지도 나도
국밥을 먹는다

우리는 한 몸이다

*나는 돼지국밥을 즐겨 먹는 편이다. 국밥에도 내용물에 따라 순대국밥, 순살국밥, 섞어국밥, 따로국밥이 있다. 그때그때 선택에 따라 무엇이든 그침 없이 먹는다. 여기에다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그들이 붙인 이름 따라 "일품돼지국밥"이 되고 "정성순대국밥"이 되기도 한다.

이런 돼지 국밥을  정신없이 먹다 보면 돼지가 국밥을 먹는지 내가 국밥을 먹는지 헷갈린다. 돼지국밥이 내가 되고 내가 돼지국밥이 된다. 그렇게 돼지도 나도 온몸이 국밥이 된다.

무엇이든 하나 되면 좋다. 물아일체는 몰입에서 오는 아름다움이다. 돼지국밥이 더없이 맛있게 다가오는 날에는 돼지도 웃고 나도 웃는다.

맛있다. 돼지국밥은 계절에 관계없이 항상 먹을 수 있어 좋다. 어쩌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이면 소주 한잔에 돼지국밥은 죽인다. 돈도 친구도 저 멀리 구름 속에 있을 때는 더 죽인다.(20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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