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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청라언덕역]

청라언덕역에 내리면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도 아닌데 할 말이 많아진다. 맛있는 음식이 자꾸 입맛을 당기듯 틈만 나면 가보고 싶은 역이 청라언덕역이다. 청라언덕을 중심으로 '근대路의 여정'이 반월당으로 이어지며 먹을거리, 볼거리가 서울로 치자면 인사동이나 경복궁 돌담길 같은 느낌을 준다. 청라(靑蘿)는 푸른 담쟁이넝쿨을 뜻한다. 역명의 유래는 청라언덕에서 따온 것이다. 청라언덕은 동산의료원 뒤에 있다. 청라언덕 역에 내리면 그냥 발길이 청라언덕 쪽으로 향한다. 가는 걸음걸음이 '근대路의 여정'이다. 박태준 작곡, 이은상 작사 '동무생각'이 입에서 줄줄 흘러내린다. 노래비 앞에 섰다. 노랫말이 고향생각이고 고향생각이 동무생각이다. 울림이 깊은 노래다. 한바탕 추억이 지나가고 어린 시절 보았던 달구지가 눈에 ..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남산역]

대구도심철도 3호선에서 역사(驛舍)의 크기로 보면 남산역이 가장 크고 높다. 하늘 높이 떠 있는 역사가 항공모함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명덕역에서 남산역으로 가는 느낌은 꼭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 같다. 하늘을 향해 이륙하는 느낌, 계명네거리를 치고 올라가는 품새가 하늘을 비행하는 '은하철도 999'다.남산역의 남산은 실은 동네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남산동이란 남산이 있어 남산동이 아니라 남산이 보이는 동네라 하여 남산동이라 했다. 하여 역사(驛舍)가 남산동에 있기에 남산역이란 역명(驛名)이 붙여졌단다. 여기서 남산이란 앞산이 아니라 눈앞의 두류산이다. 남산역의 역명하나를 두고도 이렇게 '남산 ~남산'하니 3호선 30개 역사 중에서 가장 크고 높은 역사일 수밖에 없나 보다.대구에는 남산여고가 있었..

[수필&감상: 해와 달의 시간]

청춘을 돌려달라고 노래해 보지만 어찌 가는 세월을 막을 수 있으랴. 이미경 수필가의 《해와 달의 시간》 , 2015년 수필집 《모자이크》에 이은 그녀의 두 번째 수필집을 들었다. 글이 깔끔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필요한 말이 필요한 만큼만 딱 녹아있다. 해와 달의 시간, 청동기 유물인 고인돌 너럭바위 앞에서 차근차근 할머니를 다독거리며 친정어머니를 떠올린다. 전편을 관통하고 있는 화자의 따스한 시선이요 마음씨다. 1부 커피칸타타를 들으며 커피 향에 빠져보기도 하고 2부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면서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그리고 3부에서 유혹의 변주로 단조로운 일상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보기도 하지만 해와 달의 시간은 어쩌면 피해 갈 수 없는 대유의 시간이다. 해를 달이라 하고 달을 해라 ..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명덕역]

명덕역(Myeongdeok station, 明德驛)은 대구 도시철도 1호선과  3호선의 환승역이다. 역명은 명덕네거리 지명을 따라 제정되었다. 명덕역은 결코 명덕역이란 역명 하나로 만족하지 못한다. 명덕역이란 역명 아래에  작은 글씨로 '2·28 민주운동기념회관'이란 부명이 있다. 바로 1960년 4.19. 민주화 혁명의 발상지요, 4.19 혁명의 촉매제 역할을 한 2.2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이  바로 이 명덕네거리란 것이다. 한마디로 명덕네거리는 민주화를 외쳤던 민주광장이었고, 명덕역이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이 바로 2.28. 기념탑이 세워졌던 곳이다.  국운을 위한 역사적 현장은 이렇게라도 기억되고 보존되어야만 한다. 나는 생각한다. 민주화는 대중화요 대중화는 일반화를 의미한다. 대중화를 바탕으..

[일상&수필레시피: 문제는 사람이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 늦더위가 길어지면서 올 가을 단풍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지만 입동을 지나 11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온 산, 온 동네가 단풍으로 물든 꽃길이다. 역시 자연은 말이 없지만 계절을 속이지는 않는다. 문제는 늘 사람이다. 사람이 문제다. 비슬산자연휴양림 입구도 붉게 물들었다. 예쁘다. 자연휴양림은 달성군 유가읍 일연선사길에 위치해 있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풍부한 휴양 명소로서 산림청이 발표한 전국 100대 명산 가운데 하나다. 해발 1,058m의 조화봉을 중심으로 1,084m의 천왕봉, 989m의 관기봉을 좌우에 거느리고 있다. 봄철 참꽃, 여름 계곡, 가을 단풍과 억새, 겨울 얼음동산은 사계절 순환 장관을 이룬다. 올해도 숲길 따라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만든 묵을 지금도 먹..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건들바위역]

건들바위역(Geondeulbawi Station), 건들바위역은 대구광역시 남구 이천동 건들바위네거리에 있는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의 역이다. 역사(驛舍)가 도로 폭이다. 양옆 건물이 바짝 붙어 있다. 좁은 통로 구간이 대봉교역과 명덕역을 이어주고 있다. 건들바위역에는 건들바위가 있다. 그래서 건들바위역으로 역명이 정해졌다. 건들바위는 설악산 울산바위처럼 우뚝 솟은 돌산바위가 아니다. 소박하고 아담한 기자석(祈子石)이다. 말하자면 때때로 무당이나 점장이가 촛불을 켜놓고 치성을 드리기도 하는 아낙네들이 비손 하는 비손바위다. 이런 연유로 회자되며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고 구전된 바위로 보면 된다. 건들바위는 1982년 6월 29일에 대구시 기념물 제2호로 지정되었으며, 대구분지의 지반 구조를 잘 나타내주고 있..

[시&감상: 말의 그늘이 살아나고 있다 ]

수성못 늦가을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하늘을 즐기고 있다. 코스모스의 꽃말 ‘소녀의 순정’은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이 소녀가 가을바람에 수줍음을 타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유래되었다고 한다. 신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제일 처음 만든 꽃이 코스모스요, 처음 만들다 보니 모양과 색을 요리조리 다르게 만들어보다가 하늘하늘하고 여러 가지 색을 가진 꽃으로 만들어졌다는 전설을 안고 있는 꽃이 코스모스란다.아름다운 코스모스꽃 전설이 수성못 둘레길을 수놓고 있다. 이렇고 보니  아담한 수성못도 소녀의 순정을 닮은 듯 수줍게 일렁이고 있다.지난밤 나는 순수를 잃은 말들을 두고 한밤 내 잠을 설쳤다. 몸도 마음도 아프다.《생(生)이 만선이다》, 박복조 시인의 시집을 들었다. 만선이라고 해서 다 좋..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대봉교역]

대구 대봉교역이다. 대봉교역은 대구 전통 백화점인 대백프라자와 연결되어 있다. 백화점이 플라자고 플라자가 백화점이다. 재래시장인 수성시장을 돌아 나와 대봉교역에 내리면 바로 대백프라자가 눈에 들어온다. 재래시장에 익숙한 나는 백화점 입구에서 잠시 주춤, 입고 있는 바지를 추슬러본다. 연결통로에 늦가을 내음 가득한 하늬바람이 분다. 역사(驛舍)와 연결된 통로를 따라가면 바로 플라자 실내가 나온다. 넓고 아늑한 백화점 안에는 역시 화장품 등 값진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잠시 정신 나간 사람 마냥 이 구석 저 코너를 돌아보지만 항상 발길이 머무는 곳은 통로 쪽 의류 세일 판매대다. 재래식 좌판에 익숙한 몸을 어이하나. 바지 하나를 두고도 몸은 백화점에 있고 마음은 재래시장 쪽으로 기울어 있다. 서민의 삶이란..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수성시장역]

대구 수성시장역이다. 3호선 30개 역 중에서 시장역은 수성시장, 서문시장, 팔달시장, 매천시장 네 곳이다. 이들 시장은 모두 재래시장이다. 재래시장을 끼고 이어지는 3호선, 1.2호선 노선에 비해 푹 익은 삶의 노선인지도 모르겠다. 반월당을 빠르게 관통하는 1.2호선과는 달리 재래시장을 이어가는 3호선은 그래서 항시 여유로운 노선이다. 시장역이란 역명을 붙이지 않아서 그렇지, 3호선 주변에는 이름없는 재래시장도 많다. 칠곡운암역도 실은 재래시장에 버금가는 먹거리시장을 마주하고 있다. 그때도 그랬다. 파, 시금치, 귤, 도라지를 다듬어 팔던 할머니도, 도로 위 좌판 과일을 주워 담던 아저씨도 하나같이 빼놓을 수 없는 재래시장의 모습이었다. 실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인생도 재래시장에서 시작해서 재래시장에서 ..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수성구민운동장역]

[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수성구민운동장역]대구 수성구민운동장역이다. 주변에 수성구민운동장이 있다는 이유로 붙여진 역명이다. 수성구민으로서 궁금하여 한 두 번 찾아갔던 수성구민운동장은 생각보다 넓었다. 순진하게도 20여 년 전 그곳에 갔을 때, 나는 수성구 구민을 위한 운동장은 여기뿐인 줄 알았다.도시가 팽창하면서 월드컵 경기장도 생기고 각종 주민단위의 운동시설이 생기다 보니 오늘날 대개의 수성구민은 '수성구민운동장역'은 알아도 '수성구민운동장'이 어디에 있는 줄은  모른다. 그래도 수성구민운동장역이란 안내 방송을 듣다 보면 무슨 운동이든 연상을 하게끔 하는 순기능을 가진 역이 수성구민운동장역이다.수성구민운동장역 화장실에는 '개미사진'과 '풀이글'이 있다. 수성구민운동장역뿐만이 아니라 대구지하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