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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감상: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

[자작시&감상: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 웃는 돼지도 먹고 우는 돼지도 먹는다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 때론 따로국밥을 먹고 때론 훌훌 말아먹기도 한다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 내보다 더 잘 먹는다 돼지는 온몸이 돼지국밥이다 나도 온몸이 돼지국밥이다 돼지도 나도 국밥을 먹는다 우리는 한 몸이다 *나는 돼지국밥을 즐겨 먹는 편이다. 국밥에도 내용물에 따라 순대국밥, 순살국밥, 섞어국밥, 따로국밥이 있다. 그때그때 선택에 따라 무엇이든 그침 없이 먹는다. 여기에다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그들이 붙인 이름 따라 "일품돼지국밥"이 되고 "정성순대국밥"이 되기도 한다. 이런 돼지 국밥을 정신없이 먹다 보면 돼지가 국밥을 먹는지 내가 국밥을 먹는지 헷갈린다. 돼지국밥이 내가 되고 내가 돼지국밥이 된다...

[산문&감상: 조정래의 아리랑 리뷰 2권 제1화 《횃불 횃불 횃불》]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제1부 아, 한반도]-제1화 횃불 횃불 횃불-횃불은 의병 봉기를 상징한다. 들녘에 봄기운이 아련하게 어렸다. 봄기운이 살아서 움직인다. 이것은 겨울이 풀리고 있는 모습이다."얼었던 산천만 풀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몸도 풀리고 있었다. 몸이 풀리기를 기다려 제일 먼저 몸을 일으킨 곳이 충청도였다. 안병찬이 의병의 깃발을 세운 것이다."중심인물 송수익과 임병서가 뒤뜰에서 만나고 있다. 충청도에서 시작된 의병봉기가 일단은 왜놈들과의 접점에서 패했다는 소식 속에 "이등박문"이 초대 통감으로 부임해 왔다. 통감부의 첫 번째 일이 경기, 인천, 부산 등지에 일본 거류민을 위한 수도시설 사업이다. 식민지적 상황이 아니라면 얼마나 숭고한 사업인가. 그냥 솟아오르는 샘물이 아니라 깨..

[자작시&감상: 손수건]

[자작시&감상: 손수건]손수건을 들고 길을 나서면사람이 따라온다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듯 손수건 위로 피어오른다손을 흔들며 갔던 사람은 반갑게 피어오르고눈물을 훔치며 돌아선 사람은 피다 말고 이내 진다손수건을 들고 길을 나서면 그리운 사람은 그리운 대로 보기 싫은 사람은 보기 싫은 대로 그렇게  꽃은 피고 진다 *딸애가 쇼핑몰을 열면서 기념으로 손수건 몇 장을 보내왔다. 딸애의 얼굴을 떠올리며 대박을 기원하자 살짝 손수건이 웃으며 마른 내 입술을 훔쳐갔다. 생각보다 촉감이 좋은 것이 꼭 딸애의 심성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정말이지 대박이 나면 좋겠다.그런가 하면 지난주에는 서랍을 정리하다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구입한 '나노건강손수건'이 눈에 띄었다. 분홍색깔의 이 손수건을 사용하면 눈이 맑아지고 ..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중) 동의보감 리뷰, 제13화]

-소설 동의보감, 법고창신(法古創新)이 따로 없다.-멀쩡한 대낮에 버스정류장을 돌진한 차를 목격했다. 다행히 다친 사람 하나 없었다. 아니 이 시기에 이런 끔찍한 일이. 급발진인지 오작동인지 차에서 내린 운전자가 한참을 멍하니 섰다가 어디엔가 전화를 한다. 나도 멍하니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어지럽다. 버스 두 대 놓치고 내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좌충우돌, 차는 머리를 처박고 있는데 나는 어디로 갈지 몰라 박살 난 유리알만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차도 미치고 사람도 미친 것인가. 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지만 계절이 이러하니 꽃도 하늘도 땅도 사람도 제정신이 아니다. 땅이 썩고 바다가 뒤집히고  하늘이 어지러우니 어디 사람인들..

[자작시&감상: 친구 길보]

[자작시&감상: 친구 길보]대구다나온나술 한잔 하자그래어디고동대구다알았다홀짝홀짝낮달도 술을마신 듯친구 따라서울로갔다*50년 묵은 친구가 대구에 출장을 왔다. 퇴임하고도 업무차 출장을 왔다니 예나 지금이나 멋있다. 말이 필요 없다. 보기만 해도 좋다. 길보(吉步), 그의 호(號)는 길보다. 낙지도 보쌈도 막국수도 길보를 좋아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역시 친구 길보가 최고다. 길보, 정말이지 길한 걸음을 했다. 순식간에 막걸리 세 병을 마셨다. 한 병은 너무 반가워서 그저 반갑다며 입으로 마셨고, 또 한 병은 막걸리 잔이 우그러지도록 박고 박으며 온몸으로 마셨다. 그리고 마지막 한 병은 또 만나자며 변함없는 우정을 다짐하며 마음으로 마셨다. 술맛이 꿀맛이고 꿀맛이 술맛이다. 술이 술술 넘어가니 송대관의 네..

[자작수필&감상: 청산에 살어리랏다.]

[자작수필&감상: 청산에 살어리랏다.]대구수목원을 지나 문씨 세거지를 따라 마비정 벽화마을을 걷다 보면 청산별곡이 입가를 맴돈다.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靑山)에 살어리랏다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靑山)에 살어리랏다얄리 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인흥서원이 생각보다 조촐하다. 인흥서원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에 있는 조선후기 추계추 씨 4현을 제향 하기 위해 건립한 서원이다. 어딘지 모르게 허접한 느낌이 들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듯한 서원이지만 장판각에는 1869년(고종 6)에 추세문이 편한 것으로, 유형문화재 제37호인 명심보감판본(明心寶鑑板本) 31매가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소년은 이로하고(少年易老), 학난성(學難成)이라. 일촌광음(一寸光陰)이라도 불가경(不可輕) 하라. 미각지당(未覺池塘), 춘..

[시&감상: 안윤하 시집 《니, 누고?》 리뷰, 마음이 아프면 시도 아프다.]

[시&감상: 안윤하 시집 《니, 누고?》 리뷰, 마음이 아프면 시도 아프다.]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켜 놓고 유리벽을 마주하고 앉았다. 오후 네 시의 동대구역 대합실, 형형색색의 군상들이 오고 간다.안윤하 시집 《니, 누고?》를 들고 나왔다. "니, 누고?" 그래, 틈 날 때마다 물어보지만 내가 나를 모른다.  내 안의 나를 내가 모르는 것도 그렇지만,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를 지경이면, 세상은 끝났다. "이게 누구지?"  알 듯 말 듯 미친 듯이 웃고 있는 나르시스.  유리창에 비친 내가 웃고 거울 속 할머니가 웃는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시집이 던진 화두, '니, 누고?'무표정한 모습, 혼자 때론 둘셋, 여전히 대합실은 분주하다. 오후 네 시 사십 분 ktx가 코앞에 다가왔다...

[산문&감상: 해빙, 그것은 구도자적 삶의 결정체였다.]

[산문&감상: 해빙, 그것은 구도자적 삶의 결정체였다.] '1 일 1 수필 산책'을 생활화하고 있다. 수필사랑의 일상이 문학사랑이 되고 문학사랑이 내 마음의 산책이 되면 좋겠다. 수필은 나를 짓고 나는 수필을 짓는다. 짓는다는 말은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말이다. 얼마 전 늘 '복을 지어라'란 의미의 '조복(造福)' 두 자를 부적처럼 써다가 돌아가신 이근필 옹이 있었다. '그는 퇴계 이황의 16대 종손이었다. 종택의 '추월한수정(秋月寒水亭)'을 지키면서 한 세월 온몸으로 이황의 정신세계를 무릎 꿇고 실천하시다가 갔다. 내방객을 무릎 꿇고 경(敬)으로 대한 도학자의 실천적 자세는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친필 '조복(造福)'이란 부적 같은 종이 한 장이 책갈피에 아직도 있다. 잘은 모르지만 ..

[자작수필&감상: 문경새재, 사람이 곧 문학이다]

[자작수필&감상: 문경새재, 사람이 곧 문학이다] 조심스러운 빗길 운행을 바라보며 내 마음은 오로지 회원들의 안전이었다. "하루를 무사히", 이 말이 그렇게 절박하게 느껴졌음은 난생처음이다. 우리는 빗길 문경새재를 향하고 있었다. 문경새재, 내 기억으로는 두 번째 여행길이다. 그러나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제1관문뿐이다. 이십여 년 전 제1관문 앞에서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던 조랑말 몇 마리가 떠오른다. 희미한 기억, 그래도 이상하리만치 문경새재란 단어가 주는 특이한 마력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그러면서도 저 너머 무엇이 자리 잡고 있을 듯한 문경새재란 지역명 자체가 나는 좋다. 시집 '사평역에서'로 알려진 시인 곽재구는 '예술기행' 책머리에서 '인간이 역마를 꿈꾸는 것은 아름다운 ..

[산문&감상: 조정래의 아리랑 리뷰 1권 제12화 《우리 어찌 살거나》]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제1부 아, 한반도] -제12화: 우리 어찌 살거나- 역사를 기반으로 한 대하소설, 현실이 소설이고 소설이 현실이다. 제12화의 제목이 《우리 어찌 살거나》이다. 구한말, 시국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흑과 백을 가늠하기 힘든 세상에서는 늘 소문대로 일은 진행된다. 을사보호조약으로 나라는 망하고 소문대로 각 부서 대신들은 자결했고 장지연은 목놓아 울었다. "금산사 미력불과 은진미륵이 통곡을 했다는 소문만이 아니었다. 사명당의 비석이 땀을 서 말이나 흘렸다고 했고, 지리산 음양샘에서 선지피가 흘러내린다고 하는가 하면, 무주 구천동 골골이 밤마다 귀신들의 울음으로 가득 찬다고도 했다. 그런 흉흉한 소문들이 떠도는 가운데 일진회에서 한일 보호조약 체결을 찬성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