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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독서: 후회하지 않는 삶은 가능한가]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윤동주의 시, 《팔복(八福)- 마태복음 5장 3 ~12 절》(동주와 빈센트,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에서)무릇 복을 받고자 한다면 슬퍼할 줄 알아야 한다. 슬퍼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 것 같다.잠 없는밤에는시를 쓴다시에 박힌상처가꽃처럼 피어난다곧 불어올바람모진바람이 또상처를남기고 간다슬퍼할 줄 모르는 나는 바람만 불면 마음에 구멍이 생긴다. 어제도 심한 바람이 가슴을 치고 갔다. 하늘 높은 꼭대기에는 바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바람기둥이 나를 마구 때리고 ..

[일상&독서: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읽기 2]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은 [서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의 생애와 품고 있었던 생각], [제1편~12편], [생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한평생 지낸 일], [예림미디어/함희준 옮김]으로 편집,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되어 있다.[제2편 2]작은 육체, 적은 호흡, 그리고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이성, 이것들은 바로 나 자신이다. (책을 잊어버려라. 더 이상 그것을 열망하지 마라. 그것은 당신의 소양(素養)의 일부분이 아니다.)이미 죽음에 이른 사람처럼 첫 번째 것- 육체의 끈적이는 피, 육체의 신경과 정맥과 동맥의 망상 조직- 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라. 호흡도 그렇게 생각하라. 호흡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 번 내뿜는 숨이다. 그 숨은 언제나 한결같이 않지만 순간마다 내쉬고 다시 들이마신다. 그런데 ..

[일상&독서: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읽기1]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은 [서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의 생애와 품고 있었던 생각], [제1편~12편], [생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한평생 지낸 일], [예림미디어/함희준 옮김]으로 편집, 국내 최초 완역본으로 되어 있다.[제2편 1]당신 자신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라. 오늘 나는 훼방을 받고, 배은망덕을 당하고, 불충을 당하고, 악의를 겪고, 그리고 이기심을 겪게 될 것이다. 무례한 자들이 선이나 악이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은 일어난다.나는 선의 본질과 선의 고귀성, 악의 본질과 악의 비열함을 안 지 오래이고, 범죄자 자신의 본성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범죄자는 나의 형제 (신체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같은 이성과 신성의 일부를 타고난 같은 인간이라는 ..

[일상&자작시: 가슴앓이]

봄사랑은 어지럽지 않고 조용조용하다 바람이 불다가도 그치고 싸락눈이 오다가도  멈춰버린다 시나브로 개나리와 봄풀들이 얄밉게 웃고 있다 봄이 되면 왠지 잊혀진  님이 올  것만 같다 가슴이 아린다 봄밤 봄사랑이 매화가지에 달려있다님이 좋아 님을 부른다 내가 좋아하는 님은 늘내 곁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님도 나를 좋아하는지 틈만나면 님은 내 볼을 어루만진다사랑이 별것 있나 서로 좋아하고 서로 만지고서로 위무하면 사랑이지 봄날이 오고 간다그리운 사람이 봄만 되면 먼 산 아지랑이처럼 피고 진다 가슴이 아프다 (2025.3.27.)

[시 읽기& 감상: 마음이 가난해지면]

마음이 가난해지면 지옥도 나의 것이다당신을 사랑하기 위해 마음이 가난해지면 비 온 뒤 지옥에 꽃밭을 가꾸기로 했다채송화 백일홍 달맞이꽃을 심어 마음이 가난해질 때마다 꽃 한 송이 피우기로 했다감나무도 심어 마음이 배고플 때마다 새들과 홍시 몇개는 쪼아 먹기로 했다마음이 가난해지면 지옥의 봄날도 나의 것이다 지옥에 봄이 오면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기에 죽어도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기에 지옥에 텃밭도 가꾸기로 했다상추 고추 쑥갓 파 호박을 심어 호박잎에 저녁별을 쌈 사 먹을 때마다 마음은 더욱 가난한 흙이 되기로 했다흙을 뚫고 나온 풀잎이 되기로 했다(마음이 가난해지면/정호승)-----------------------------------------[시 읽기&감상]마음이 가난해지고 글이 배고픔을 느낄 때 나..

[일상&오늘의 수필: 안병욱의 조화(調和)]

부조화의 연속이다. 내가 그렇고 사회가 그렇고 국가가 그렇다. 현기증이 난다. 어지럽다. 내가 조화롭지 못하다는 것은 뭔가 내가 집단 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나만의 결점이 있기 때문이다. 내 안의 나나 내 밖의 내가 나와 합일을 이루거나 섞일 수 없다면 나는 내 스스로를 부정하거나 비하 또는 자폐증을 불러올지도 모른다.철학자 안병욱의 를 오늘의 수필로 선정해 본다. 조화의 원리를 다양한 시각으로 서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요소를 절제하고 객관적이고 지적인 태도로써 조화의 원리를 주제로 쓴 수필이다. 조화(調和)를 미의 원리, 생명의 원리, 정의의 원리, 건강과 행복의 원리로 규정하고 있다. 내가 아닌 우리, 우리가 아닌, 너와 나의 객체요, 주체로서 각기 제 자리에서 서로를 보담아 가는..

[일상&오늘의 수필: 플루트 연주자]

창문을 파고드는 봄빛을 바라보며 고전 수필집 하나를 집어 들었다. 피천득의 《인연》이란 수필집이다. 1910년대 일제하에서 출발하여 광복을 거쳐 근대화의 초기까지 활동한 그는 영문학자요 시인이요 수필가다. 그가 남긴 수필집 《인연》이 왜 눈에 들어온 것일까. 수필 '인연'의 '아사코'는 간데없고 그의 수필 가 자꾸 머리를 들쑤시는 이유란 무엇일까.내가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작은 밀알'이란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살아보니 하찮은 나도 내 아닌 우리를 위해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하는 것보다는 틈만 나면 지휘자가 되기를 꿈꾸며 살아온 것만 같다.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든 지휘자가 아닌 간간이 파고드는 '플루트 연주자', 어쩌면 이 세태에 이런 연주자가 절실히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1969년 그의 시와 수필..

[일상&산문: 산울림 영감, 법정을 생각하다]

수필 로 유명한 법정 스님의 이란 산문집을 읽고 있다. 왜 스님은 홀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임에도 굳이 이란 제목을 표제로 삼았을까.향년 77세로 10여 년 전 입적하신 그의 글을 오늘의 '수필산책'으로 삼아 본다.홀로 사는 즐거움/법정사람은 본질적으로 홀로일 수밖에 없는 존재다. 이 세상에 올 때도 홀로 왔고 살 만큼 살다가 떠날 때도 홀로 간다. 가까운 사람끼리 함께 어울려 살면서도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사람의 얼굴이 각기 다르듯 삶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업이 서로 따르기 때문이다.우리 같은 독신 수행자는 주어진 여건 자체가 홀로이기를 원한다. 한 곳에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살면서도 저마다 은자처럼 살아간다. 서로 의지해 살면서도 거기에 매이거나 얽혀 들려고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독립과 자유를 ..

[일상&수필 레시피: 봄비, 너 참 고맙다]

혼자여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같이 있어도 외로운 것이 사람이다. 어쩌다 외로움이 밀려 들 때면 나는 이를 즐긴다. 외로움을 즐기는 방식에는 여럿 있지만 주로 나는 시나 수필을 가지고 논다.가슴을 열어 볼 수는 없지만 언제나 내 가슴에는 외로움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 외로움이 나에게는 때론 시가 되고 수필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나에게 있어 외로움이란 된장찌개를 끓일 때 꼭 들어가야 할 된장인지도 모른다. 된장 없이는 된장찌개를 끓일 수 없듯 내 삶에 있어 외로움이 없었다면 나는 한 줄 시나 한 편의 수필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울지 마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일상&수필 레시피: 2호선 여정, 문양역에 가면 문산월주가 보인다]

대구에는 대구도심철도 1,2,3호선이 있다. 2호선은 종점인 영남대역과 문양역을 오고 간다. 요즘 2호선을 타고 문양을 자주 들락거린다. 역사(驛舍) 아래 로컬푸드 농산물 판매장이 자꾸 문양역을 찾게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더덕과 수삼 및 홍삼을 부담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더덕과 인삼이 사시사철 어느 지역, 어느 매장에 없겠는가마는 지하철을 이용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나에게는 문양역 로컬푸드 매장이 안성맞춤이다. 문양역(汶陽驛), 나무위키에 소개된 문양(汶陽)이란 역명의 유래는 하빈면과 다사읍 사이의 경계선에 있는 바위의 모양이 마치 용머리같이 생겼고, 문수의 양지바른 곳에 마을이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하여 문양(汶陽)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문양리의 중심 마을인 문양 1리는 동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