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자작시&감상: 손수건]

백두산백송 2024. 5. 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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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환호공원에서

[자작시&감상: 손수건]

손수건을 들고 길을 나서면
사람이 따라온다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듯
손수건 위로 피어오른다

손을 흔들며 갔던 사람은
반갑게 피어오르고

눈물을 훔치며 돌아선 사람은
피다 말고 이내 진다

손수건을 들고 길을 나서면

그리운 사람은 그리운 대로
보기 싫은 사람은 보기 싫은 대로

그렇게  꽃은 피고 진다


*딸애가 쇼핑몰을 열면서 기념으로 손수건 몇 장을 보내왔다. 딸애의 얼굴을 떠올리며 대박을 기원하자 살짝 손수건이 웃으며 마른 내 입술을 훔쳐갔다. 생각보다 촉감이 좋은 것이 꼭 딸애의 심성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정말이지 대박이 나면 좋겠다.

그런가 하면 지난주에는 서랍을 정리하다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구입한 '나노건강손수건'이 눈에 띄었다. 분홍색깔의 이 손수건을 사용하면 눈이 맑아지고 피부가 좋아진다며 애써 챙겨 주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그대로 피어올랐다. 성호를 그으며  천국에서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내 어머니는 웃고 있었다.

가끔은 길을 가다가 생각지도 않은 손수건이 주머니에서 불쑥 튀어나올 때도 있다. 주로 계절이 바뀌거나 미처 정리하지 못한 옷을 입고 나섰을 때 경험하곤 한다. 이 때도 그리운 사람은 그리운 대로, 보기 싫은 사람은 보기 싫은 대로 피었다 진다.  

손수건, 적어도 나의 손수건에는 이처럼 하나하나의 추억과 그리움과 사랑이 배어 있다. 그래서 수년이 지나도 내 손으로 내 손수건을 버린 적은 없다. 그렇다 보니 빛이 바랬거나 시들은 배춧잎처럼 축 늘어진 손수건도 꽤나 있다.

이렇고 보면 여느 물건과 달리 손수건은 꼭 사람의 얼굴을 달고 다닌다. 손수건이 나름의 사랑이요 이별이요 그리움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나만의 손수건, 손수건은 내 삶의 또 다른 흔적이요 그리움이요 사랑 그리고  눈물이어라. (20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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