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시철도 3호선 팔달시장역이다. 역이름이 팔달시장이다. 역 바로 앞에 시장이 있다. 그냥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시장 입구다. 시장 입구 원형 간판이 보기 좋게 팔달시장을 지키고 있다. 사람이고 물건이고 보기가 좋으면 잘 되게 되어 있다. 보기 좋은 팔달시장도 팔팔 생기가 나면 좋겠다. 보기가 좋다 보니 저절로 발길이 시장을 향한다. 시장 천장 돔이 진열된 상품들을 더욱 빛나게 한다.
깨끗하면서도 넓고 큰 팔달시장은 대구 3대 시장 중의 하나로 여긴다. 대구 3대 시장은 서문시장, 칠성시장, 그리고 서부정류장이 있는 관문시장을 꼽지만 관문시장 대신 팔달시장이 들어가기도 한다. 한때 대구의 관문인 팔달교와 인접하여 전국에서 들어오는 농산물로 시끌벅적했다지만 지금은 덩치에 비해 속이 허한 느낌이다. 급격한 유통시장의 변화로 많이 위축되었다고 보면 된다. 재래시장 어디나 비슷한 형편이다. 사실 언제까지 대구 전통시장이 명맥을 이어갈지 모르겠다. 전통시장 살리기로 온누리 상품권으로 유인해 보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팔달시장은 아직 살아 있다. 상인들의 얼굴을 보면 안다. 시장 입구 군밤장수 아저씨가 콧노래를 부르고 채소집 사장님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다. '나무위키'에 의하면 대구 인근 및 경북 일대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채소를 당일 새벽 3시에 공급받아 대구시내 중간, 소매업자와 재래시장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팔달 신시장 내 상인 중 70%가 채소류, 30%는 과일, 생선, 식품류, 공산품 등을 팔고 있단다.
팔달역에 내리자마자 팔당시장이라 시장이야기가 길어졌지만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통시장이 살아야 서민이 살고 대구가 산다는 것을 생각하면 재래시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본다.
역사(驛舍)에서 만평역을 향해 가는 전경을 보노라면 역시 한 편의 그림이다. 문제는 사람이 없다. 지금 대구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구와 경북의 통합'도 이런 면에서 절박하고도 절실한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에 대구시장과 교육감 평가에 대한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다.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시책을 물었다. 복지도 좋지만 골목에 아이들이 없다. 출산문제 극복이 최우선 시책이라 답했다. 답답한 현실이다. 인구출산율이 절벽인지 오래되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40년에 휴머노이드가 100 억 개로 사람보다 많아진다고 예측했다. 휴머노이드란 '인간의 외모를 지닌 것이라는 뜻으로, 로봇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결국 인간로봇이 100 억 개로 사람보다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불과 15년 후의 일이라면 인구소멸로 전 지구적 재앙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출산율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 인구는 지금의 약 3분의 1보다 훨씬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는 첫 부인과는 아들 5명을 뒀고, 이혼 후 가수 그라임스와는 아들 2명과 딸 1명을 낳았다. 그러면서 "나는 아이를 많이 두고 있고, 다른 이들에게도 아이를 갖기를 권한다"고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아들, 딸 구분 말고 하나 낳아 잘 살자"는 캠페인에 현혹되어 신바람 나게 정관 수술을 해버린 나와 같은 세대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세상은 이리도 변해 버렸으니......
휑한 도로와 골목, 재래시장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시급히 더 절실 절박하게 출산장려 정책을 시행해야겠다.
다음 역인 만평역 전동차를 기다리는 몸이 가볍지만은 않다. 강풍으로 귀가 시리다. 팔달시장이 좀 더 시끌벅적하면 좋겠다. 그래도 팔당시장 군밤 맛은 꿀맛이다.(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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