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제1부 아, 한반도]
♤1권 제2화 <철도공사장 일꾼>: 줄거리 및 감상
-2화의 핵심은 철도공사장 일꾼이 된 지삼출의 인간미에 있다. 닥친 환경을 잘 극복하고 상황 판단이 빠르며 동족을 사랑하는 인간미 넘치는 의리의 사나이로 보면 된다.-
머슴으로서 다시 돌아가지 못한 지삼출. 그도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했던 인물. 장칠문을 때린 죄로 주재소에서 연신 얻어맞고 죽을 지경이다.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르는 게 맞지만 억울하다. 땅을 보고 하늘을 보아도 분명 사기를 친 놈은 장칠문인데 이를 어이하나. 하늘도 알고 땅도 알지만 사람의 일이란 콩 심은 데 팥이 나는 경우도 있다. 왜놈회사 앞잡이 장칠문을 들이받은 죗값치고는 너무 혹독하다.
청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그 기세를 몰아 조선을 옥죈다. 고종은 정신이 없다. 자치권은 일본군사들에게 넘어갔다. 서서히 개항이 되면서 군인 아닌 민간인들이 목포, 군산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원군의 쇄국정책이 막을 내리고 경복궁 명성황후 민비는 죽었다. 우체국이 생기고 전화가 가설되며 한양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 철도가 놓인다는 소문이 현실로 다가왔다.
하룻밤 갇힌 것도 억울한데 그 일로 1년은 넘게 감옥살이를 해야 한다는 말에 결국 철도공사장 일꾼이 되어 버린 지삼출.
'1900년 7월에 한강철교를 준공하고 11월에 경인철도를 개통시킨 일본은 다음 해 8월부터 경부선 철도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삼출을 비롯 갖가지 죄명으로 부역에 끌려와 철도공사장 일꾼이 된 사람들. 이들은 조선침략정책의 하나로 경부선 철도 개설 공사를 서두르는 이유를 몰랐다. 왜 굳이 철도를 놓아야 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모르면서도 그들은 죽도록 부역을 해야했다.
가렴주구란 달리 없다. 세금에 시달리는 민초들의 일상이 그려진다. 이것저것 이름 붙인 잡세가 30가지가 넘는다. 출산세, 출상세, 송별세, 부임세, 관청 출입했다고 문지방세, 술 빚었다고 탁주세, 등 등...... 허구와 개연성은 소설의 기본이지만 그래도 역사소설은 믿음이 간다. 작가는 아리랑을 쓰기 위해, 나라 없는 백성들이 떠돌아다닌 중국, 일본, 러시아, 동남아 일대를 찾아 지구의 절반을 돌았다고 했다. 대하소설, 아리랑의 무게가 느껴지는 말이다. 혼신의 역작, 존경이란 말은 이럴 때 저절로 나온다.
"인내천" 동학 실패, 반역도배로 몰린 지삼출과 동료들의 불안과 고초는 하늘을 찌른다. 조장이 이끄는 목도소리, 부모형제, 상봉가세//철도공사 지옥살이//누굴 위해 골 빠지나//묻지 마라, 뻔한 대답//왜놈발에 발통달기//어얼덜러, 어야 데어//
왜놈발에 발통을 다는 경부선철도 공사를 위해 이 산 저 산이 상처를 입고 폭음과 함께 허물어져 내린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간다. 이때쯤 나온 개화가사의 하나가 최남선의 '경부철도가'다. 1908년에 경인선과 경부선이 개통되자 그 씩씩하고 빠른 기관차에 감탄하여지었다고 한다. 신문화를 찬양하고 일본 문물에 대한 동경의 노래다. 아이러니한 역사, 그렇게 신문물에 대한 인식과 동경은 해외문학파를 결성한다.
"우렁차게 토하는 기적소리에/남대문을 등지고 떠나가서/빨리 부는 바람의 형세 같으니/날개 가진 새라도 못 따르겠네"
지삼출, 그는 난세의 희생자. 비롯 지금은 철도공사장 일꾼이지만 의협심 강하고 현실 파악 능력이 뛰어난 자로서 어떤 인물로 거듭날 것인지~~~ 대하소설은 음식으로 말하자면 슬로 푸드다. 서서히 글맛이 우러난다. <제3화. 일본말을 배워라.> 역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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