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따라 마음 따라]: 책 읽기 & 감상

[산문&감상: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

백두산백송 2023. 12. 2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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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사람이 걸어 들어오네

[산문&감상: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

지금, 자신만의 무늬를 그리고 있습니까?

-여러분은 지금까지 바람직한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아니면 바라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여러분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여러분은 좋은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아니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았습니까?

"우리"가 아닌 "나"로 살기 위한 인문학

"오직 자신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오직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

표지글에 매료되어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읽었다. 또한 제목이 좋아 선택했지만 어렵게 다가왔다. 생각의 깊이가 짧고 스키마가 부족한 탓인 줄 안다. 그래도 읽는 동안 "내가 그리는 무늬는 무엇일까"란 화두 하나 건진 것으로 만족한다.

사실 나는 인문학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렇다고 전혀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내 생활이 바빴을 때는 관심도 없었고, 이를 배부른 자의 언어적 유희요 사유의 열락 정도로만 생각하고 말았다.

"저기, 사람이 내게 걸어오네"란 글을 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자칫 견지망월(見指忘月)의 우(愚)를 범할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

최진석은 인간의 무늬를 그리는 철학자다. 그는 철학과 교수로 <장자철학>, <노자의소(老子義疏)>, <노장신론>등의 책을 해설하고 우리말로 옮겼다.

기존의 가치나 이념의 틀을 깨고 나의 욕망, 나의 욕구대로 거침없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가 말하는  "저기 사람이 들어온다"는 말속의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자신의 욕구대로 움직이며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 논거로 세계적인 가수 싸이가 속한 YG엔트테인먼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양현석 대표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있다. 양현석이 말하기를 "당시 힙합은 돈은 안되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대중과 나누고 싶어서 음악을 즐긴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거부가 되었다. 돈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즐겼다는 것이다.

양현석처럼 하고 싶어서 하는 일, "자기 내면에 비밀스럽게 웅크리고 있는 불현듯 일어나는 충동질, 자기만의 고유하고 비밀스러운 어떤 힘을 그는 "욕망"이라고 했다. 이는 곧 무엇인가를 이루어낼 수 있는 덕이며 개성이며 기질이며 감각이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 일러 '좋아하는'을 통하면 '확실히 보편적인 기준이나 합리적인 계산 혹은 객관적 표준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 숭앙하는 '이념'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논리나 이념에 지배당하면 아무것도 이를 수 없다는 것. 하여 "오직 자신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자신만의 욕망에 집중하라."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필자가 말하는  자기 욕구에 충실한 '사람'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해야 할 무엇보다 하고 싶은 무엇을 찾는 데 더 집중한 자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애써 자기 말을 해보려고 몸부림치는 자
-이념으로 현실을 지배하지 않고 현실에서 이념을 새로 산출해 보려는 자
-믿고 있던 것들이 흔들릴 때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자
-남이 정해 놓은 모든 것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자
-편안한 어느 한편을 선택하기보다 경계에 서서 불안을 감당할 수 있는 자
-봄이 왔다고 말하는 대신에 새싹이 움을 틔우는 순간을 직접 경험하려고 아침 문을 여는 자
-'나'를 '우리' 속에서 용해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수 있는 자

이들은 모두 이성으로서 욕망을 관리하지 않고 오히려 이성을 욕망의 지배 아래 둘 수 있는 자로서 바로 이런 자들을 필자는 "진정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기존 틀에 얽매이거나 구속당하지 말고 시쳇말로 "자기 쪼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기존의 '보편적 우리'가 아닌 '자기 욕구적 개인'을 의미하는 것, 다시 말해 이성이 아니라 '욕망의 힘'이 주도권자를 가진 자가 문을 열고 들어올 때 필자가 나지막하게 한 말이

"저기, 사람이 내게 걸어 들어오네."이다.

이렇고 보면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창조적 에너지를 가지고 티스토리에 함몰되어 있는 나는 스스로 욕망을 찾아 실현하고자 하는 창조적 개인으로서, 그가 말하는 진정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없다. 실은 그 언저리에서 서성이는 경계인이 되기에도 벅차다.

결국  이 책은  '주어진 세계를 극복하고 자기 스스로 우뚝 서게 하는 일', '이것이 바로 인문학적 통찰을 하는 중요한 기반이란 사실을 깨우쳐 주고 있다.'  한마디로 기존의 가치관이나 이념과 신념의 벽을 넘어서 진정한 의미의 자기 세계 구축,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나'로 거듭나기를  위한 인문학의 지침서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기, 사람이 내게 걸어 들어오네."

"오직 자신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오직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라."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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