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명상수필: 밥]

백두산백송 2024. 1. 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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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필:밥]

밥은 보고만 있어도 겸손해진다
고양이도 개도
심지어
조잘거리는 참새도
밥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밥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사람이 웃고 개도 웃고
고양이도 웃고
심지어
나뭇가지 위
참새도 웃는다

밥이 보약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밥을 먹고 개가 되고
밥을 먹고 고양이가 되고
밥을 먹고 참새가 되고
심지어
밥을 먹고 사람이 된다

밥은 보고만 있어도 겸손해진다
고양이도 개도
심지어
조잘거리는 참새도
밥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주말 아침이다. 요즘은 주말이 금요일부터라지만 나는 아직도 토요일이 되어야 주말이란 생각이 든다. 주말이면 늦잠도 자고, 밥도 늦게 먹고, 뭘 생각하든 여유가 있다. 그래서 밥을 먹다가 객기를 부려 본다.

나는 내가 시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일상을 시로 쓰고 싶을 때도 있다. 써 놓고 보면 날줄과 씨줄이 한 편의 시가 되어야 하는데  요란하기만 하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 나도 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시인도 사람이더라.
천 원짜리 국화빵을 두고 흥정을 하거나 오이 무침에 무슨 냄새가 난다고 접시를 뒤집을 때도
나는 그가 시인인 줄 몰랐다

시인도 사람이더라
늘 하늘 이야기하고 땅이야기하고 바람이야기 하길래 나는 시인은 사람이 아닌 줄 알았는데
뒷집 똥개가 똥을 누고 간 날
똥을 뒤집어쓴 것도 아닌데 쌍욕을 하는 그가
나는 시인인 줄 몰랐다

알고 보니 시인도
나와 같은  
그런 사람이더라

밥을 먹다가 생각에 잠겼다. 생각은 하되 밥은 먹어야 한다. 사람도 고양이도 심지어 나뭇가지 위 참새도 밥을 먹어야 산다. 그래서 밥 앞에서는 하나같이 저절로 고개를 숙인다. 밥이 사람도 고양이도 심지어  참새도 겸손하게 만든다는 것을 한 줄 시를 쓰면서 알았다.(202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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