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자작수필 & 자작시

[명상수필: 옥연지 둘레길, 송해는 갔지만]

백두산백송 2024. 1. 2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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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공원 옥연지, 출처:다음 카페

[명상수필: 옥연지 둘레길, 송해는 갔지만]

송해공원 둘레길 호수 주변은 아름답다. 강정보로 이어지는 물줄기 따라 산책을 나온 이들의 마음이 느긋한 것은, 잔잔히 흘러가는 물이 걷는 이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물이 고요하니 물 위를 걷는 마음도 소리 없이 물가에 깃든다.

간간이 어어지는 구수한 송해의 노래가 호수 위 물새의 흥을 돋우고, 우두커니 서서 돌아가는 물레방아는 오고 가는 이의 마음을 물레질한다. 물레방아 따라 돌고 도는 마음이 물새의 마음이다.

물새야 날아라~. 구수한 목소리만큼이나 구성지게 살다 간 송해의 일생. 송해공원 전체가 님이 남긴 사랑의 호수요 둘레길이다. 호수를 바라보며 둘레길을 거닐면서도, 님이 남긴 사랑을 깨닫지 못한다면 님은 님이 아니다. 사랑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상대가 그리워지며 그의 목소리가 듣고 싶으면 그것이 바로 사랑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전국노래랑~"을 외치던 그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다가오며 잔잔한 호수에 그의 얼굴이 되비친다. 큰 호수, 큰 마음, 큰 사랑, 옥연지 물결이 그의 마음으로 다가온다. 남녀노소, 가난한 자, 헐벗은 자, 잘난 사람, 못난 사람, 하나같이  노래 하나로 어우러지게 한 사람. 그는 갔지만 그의 노래, 그의 마음 하나하나가 그리움이요, 사랑이다.

왜 사람들은 서로를 사랑하지 못할까. 아니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없는 눈빛이 무서울 때도 있다. 사랑할 수 없으니 마음의 여유가 없고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사랑을 못한다. 그래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못난 놈, 잘난 놈, 말들은 하지만 우리는 남이 아닌 우리가 되어야 한다. 결코 둘이 아닌 하나 되어 옥연지 물길 따라 하나 되는 강물이 되어야만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팔도강산, 이 고을 저 고을 슬픈 마음, 힘든 인생, 흥겨운 가락을 노래 하나로 엮어간 송해 따라 우리 모두 사랑의 물길이 되어야만 한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 잠시 도심 가까운 송해공원을 찾아라. 송해는 갔지만 노래는 강물을 다스리고 강물은 걷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이 풍진 세상~." 송해의 노래가 옥연지 물길을 출렁이고 있다.  구수한 송해의 목소리, "방랑시인 김삿갓"이 물길 따라 흘러가는 내 마음을 사랑으로 쓸어 담는다.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란 구절 하나가 입가를 맴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저 불 지난 뒤에/흐르는 물로 만나자.//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올 때는 인적 그친/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옥연지 둘레길, 송해는 갔지만......  옥연지 물도 "넓고 깨끗한 하늘"이 되면 좋겠다.(202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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