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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감상: 막스 뮐러의 소설 독일인의 사랑 리뷰, 수호천사]

백두산백송 2024. 1. 1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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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감상: 막스 뮐러의 소설 독일인의 사랑 리뷰, 수호천사]

독일 언어학자가 남긴 단 한 편의  순수소설, 《독일인의 사랑》을 읽고 <수호천사>란 제목으로 감상문을 남겨 본다.

"나의 모든 것은 너의 모든 것이다." 감명 깊게 다가왔다.

"신은 너희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나에게 너의 고통을 나누게 했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빌헬름 뮐러의 아들이기도 한 막스 뮐러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로 두 남녀의 숭고한 사랑을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낸 작품!" 나는 이 표지글에 매료되어 단숨에 읽고 말았다.

그는 비교언어학, 비교종교학, 비교신화학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아버지는 독일 낭만파 시인 빌헤름 뮐러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의 문체가 간결하면서도 시적이고, 시적이면서 선명한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다섯 번째 회상은 시로써 마무리 짓고 있다. 이 소설은 죽은 이의 서랍 속에서 발견한 사랑의 편지, 사진, 리본, 흩어진 책들을 엮어 첫 번째 회상을 시작으로 여덟 번째 회상에서 마무리되고 있다.

이 소설을 지배하는 핵심 키워드는 타인과 독일신학과 아름다운 영혼이다. 타인에 대한 인식이 없었던 순수 영혼, 후작 부인의 목에 매달려 키스를 한 행위가 왜 잘못되었는지를 알지 못하는 나는 타인이란 존재가 도대체 무엇이며 어떠한 것일까란 의문을 품고서 순수 사랑은 시작된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했던 수백만의 타인에 대한 사랑이 결국 단 한 사람, 여주인공인 마리아의 사랑으로 수렴되기"까지의 서사가 지극히 순수하다.

이 순수는 다름 아닌 독일신학을 바탕으로 한 사랑이다. 소설 제목이 "독일인의 사랑"이다. 그래서 독일신학을 이해해야만 마리아에 대한 순수 사랑을 올곧게 이해할 수 있다. 마리아가 반지를 건네며 하는 말, "내가 세상에 없을 때 나를 생각해 주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반지에 쓰여 있는 글을 읽어 봐." "주님의 뜻대로"라고 쓰여 있어. 신의 뜻이 아니면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신의 뜻. 반지에 새겨진 "주님의 뜻"대로 그는 결국 서서히 심장병으로 죽어가는 마리아를  가슴에 품는다.  그는 말한다. "그녀는 나의 수호천사, 나의 또 다른 자아로 화해 있었던 것이다."

"타인"이란 존재를 알게 되면, 그때부터 어린아이는 이미 어린아이가 아닌 것이다." 그가 처음 키스를 한 후작 부인, 그녀는 수많은 타인 중에 그저 한 사람이었을 뿐. 이 소설의 반전은 마리아가 죽음으로써 아름다운 영혼의 실체가 드러난다. 아름다운 영혼의 실체, 이것은 마리아를 향한 그의 영혼이요, 동시에 마리아를 지극정성으로 돌보아 온 의사의 순수사랑이다. 그리고 소설 속 화자인 그를 향한 그녀의 순수 영혼이다. 후작 부인은 마리아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마리아의 어머니는 마리아를 낳으면서 죽게 된다. 마리아가 죽기까지 정성을 다한 의사는 바로 마리아의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이었다. 마리아의 어머니와 의사의 사랑, 이 둘의 사랑은 의사가 모시고 있는 젊은 시절의 후작, 지금의 영주에게 빼앗긴 것. 이것도 "주의 뜻"이다. "우리는 기도한다. "오, 주여.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그러나 보라. 신은 뜻을 갖고 있지 않으며, 영원한 정적靜寂임을......"

의사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기에, 내 행복과 그녀를 향한 내 사랑을 희생하기로 결심했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한 통의 편지를 남기고 떠났다네. 그 후 나는 그녀를 끝내 못 만나다가 결국 그녀의 임종자리에 가서야 다시 만났다네. 그녀는 첫딸인 마리아를 낳다 돌아간 걸세.

내가 왜 자네의 마리아를 그토록 사랑했고,  마리아의 삶을 하루라도 더 연장시키기 위해 그렇게 애썼는지를 이제 자네도 알았을 걸세. 그녀는 내 마음을 이 세상에 묶어 놓고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자네도 삶을 짊어지게. 기약 없는 슬픔에 사로잡혀 하루라도 잃는 일이 없도록 하게.  자네가 아는 인간들을 도와주게나.  그들을 사랑하면서, 한때 이 세상에서 마리아 같은 아름다운 영혼을 만나고 사랑했던 것을 신에게 감사하게. 그녀를 잃은 것까지도 신에게 감사하게."

"주님의 뜻대로 하겠습니다"라고 나는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은 그렇게 이 세상에서 마지막 작별을 했다."

순수 사랑을 꿈꾸는 당신, 이 세상에는 수많은 마리아가 있다. 굳이 종교적 순수가 아니라도 순수 사랑은 존재하고 또 이 우주를 떠받치고 있다. 독일인의 사랑, 마리아는 수호천사요, 그는 이 수호천사를 짐 진 십자가로서, 이는 곧  하느님의 사랑이어라.(202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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