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수필레시피: 3호선 여정, 어린이세상역]
어린이세상역 주변은 역시 아름답다. 인접한 '대구어린이세상'이 가을빛 단풍으로 물들었다. 늦가을 보기 좋게 물든 단풍이 동심을 자극한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초등학교 뒷담을 돌며 불렀던 노래 중의 하나가 '퐁당퐁당'이란 동요였다. 누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도 예술고등학교를 나왔다. 내 기억으로 누나는 주로 풍경화를 그렸다. 어린이세상역 앞 울긋불긋한 단풍잎과 노란 은행잎이 누나가 그린 풍경화를 떠올리게 한다. 누나가 그렸던 꿈속 아름다운 세상이 지금의 어린이세상역인 것 같다.
어린이세상역 아래로 흘러내리는 실개천이 범어천이다. 범어천은 범어동이라는 지역명에서 유래되었다. 범어(泛魚)의 어원은 뜰 '범(泛)'과 물고기 '어(魚)'로 마을 전체가 한 마리의 물고기가 냇물에 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냇물아 퍼져라~멀리멀리 퍼져라~~'
범어천 주변에는 능소화, 조팝나무, 화살나무, 남천이 넘실거렸고 냇물에는 백로, 청둥오리, 메기가 날아들며 뛰놀았다. 고운 꽃 그림과 나무, 아름다운 실개천이 지금도 잘 정비되어 어린이들의 학습체험장이 되기도 한다. 후세를 생각하여 손길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들어 있는 곳이 어린이세상역이라 보면 된다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러 주어라~'
역 건너 맞은편에는 미래교육의 산실, 과학영재학교인 대구과학고등학교가 있다. 영특한 꿈나무들이 꿈꾸는 희망의 우주공간이 대구과학고등학교다. 뿐만이 아니다. '대구어린이세상'에는 어린이의 꿈과 행복, 그리고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복합문화체험공간이 있는가 하면 꾀꼬리극장에서는 무시로 어린이들의 연극과 합창이 울려 퍼진다. 교육의 도시, 문화의 도시가 그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역사(驛舍) 아래 조용히 흘러가는 실개천은 이를 알고 있다.
저 멀리 팔공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팔공산 정상 거북바위에서 대구를 내려다보면 대구가 그렇게 포근할 수가 없다. 사계절 물, 불이 비껴가는 복 받은 도시가 대구다. 태풍과 폭설, 불볕더위도 무서워 피해 가거나 숨어 버리는 곳이 대구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파워풀 대구, 오늘도 뭇 가로수들이 피톤치드를 마구 뿜어 내고 있다. 실개천 흘러가는 어린이세상역, 순수의 꿈나무들이 세상사 물들지 않고 무럭무럭 잘 자라 과학영재 우주선을 타고 마구 날기를 기원해 본다. 어느새 수성구민운동장역이다. 내려야겠다.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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