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들바위역(Geondeulbawi Station), 건들바위역은 대구광역시 남구 이천동 건들바위네거리에 있는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의 역이다. 역사(驛舍)가 도로 폭이다. 양옆 건물이 바짝 붙어 있다. 좁은 통로 구간이 대봉교역과 명덕역을 이어주고 있다.
건들바위역에는 건들바위가 있다. 그래서 건들바위역으로 역명이 정해졌다. 건들바위는 설악산 울산바위처럼 우뚝 솟은 돌산바위가 아니다. 소박하고 아담한 기자석(祈子石)이다. 말하자면 때때로 무당이나 점장이가 촛불을 켜놓고 치성을 드리기도 하는 아낙네들이 비손 하는 비손바위다. 이런 연유로 회자되며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고 구전된 바위로 보면 된다.
건들바위는 1982년 6월 29일에 대구시 기념물 제2호로 지정되었으며, 대구분지의 지반 구조를 잘 나타내주고 있으며 예로부터 바위의 모습이 삿갓을 쓴 노인과 같다고 하여 삿갓바위라고도 불려 왔다고 한다. 오랜 풍상 속 건들바위는 암벽의 균열로 인해 본체에서 떨어져 나와 현재의 모습으로 유지 관리되고 있다. 옛날에는 건들바위 앞으로 대구천이 흘렀지만 현재 복개된 상태다. 1994년 조경공사를 통해 분수, 계류 등을 새로이 설치하여 물이 흐르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 어디를 가나 기자석과 같은 전설 속 바위는 있다. 특히나 깊은 계곡을 끼고도는 그런 바위 앞에는 제단이 있기도 있다. 이렇듯 이런 바위들은 때론 전설 되어 구전되지만 하나같이 서민의 삶과 사랑과 아픔이 스며 있는 바위들이다. 어쩌면 나도 이름 모를 기자석 치성을 통한 기도로 태어난지도 모른다. 지천으로 깔려 있는 기자석 바위는 기실 그만큼 절실한 아픔의 바위요 애절한 통곡의 바위다.
건들바위 가까운 곳에 상수도 사업본부가 우뚝 솟아 있다. 싱그러운 대구수돗물, 청라수 한잔을 마시고 싶다. 상수도 사업본부가 건들바위 앞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청라수,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생명과 죽음, 정화와 재생을 상징하는 물이 건들바위로 흘러가고 그 물 따라 생명은 태어나고 죽는다.
나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아들, 딸 구분 말고 하나 낳아 행복하게 살자", " 잘 낳은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구호와 함께 살아온 세대다. 넘치는 인구로 산아 제한을 외치며 생명선을 싹둑 잘라버리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격세지감, 먹고사는 문제로 인한 청년 세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에서의 ‘3포 세대를 지나 이제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했다는 ‘5포 세대’가 된 현실이다. 이들이 희망과 꿈마저 포기해 버리는 ‘7포 세대'가 되기 전에 청라수 맑은 물로 그 옛날 기자석이 현대판 기자석으로 거듭나면 좋겠다. 사람이 없다. 아니 골목길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3호선 지상철이 다음 역인 명덕역을 향해 미끄러져 가고 있다. '청라수 싱그러운 대구 수돗물', 한 잔 더 마시고 싶다.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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