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못을 돌고 돈다.
서너 바퀴 째 돌고 있다. 둘레길이 약 2km이니 살짝 땀이 나기도 하지만 잘 정비된 흙길이라 다리가 편하다. 입구 버드나무도 신이 난 듯 살랑살랑 가지들이 춤을 춘다. 둘레길은 사계절 수성못을 찾는 이들로 하여금 낭만과 여유를 누리게 한다. 해가 갈수록 수성못 나들이 객이 늘어간다. 특히 여름밤에는 각종 버스킹은 물론 다양한 페스티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수성못도 많은 사람이 밟으면 밟을수록 더 빛나는 것 같다.
주변 풍광과 조화를 이룬 분수쇼는 환상적이다.
음악과 함께 흥에 겨워 치솟는 물기둥은 어깨춤을 추고 아름다운 조명은 수성못을 갖고 놀듯 얄밉게 교태를 부린다. 20세기 팝의 여왕 페티페이지의 체인징 파트너가 흘러나올 때는 신바람 난 분수쇼와 나는 하나가 된다. 흥겹다. 수성못이 춤을 추니 수성구민은 물론 수성못을 찾는 모든 이들이 발걸음 가볍게 둘레길을 돌고 있다.
도시철도 1,2,3호선을 즐긴다.
일이 있어 도시철도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나는 도시철도를 타는 것이 아니라 즐긴다. 특히 한가한 요즘은 말할 것도 없다. 때로는 명상과 멍 때리기를 지상, 지하철에서 하고 있다. 서울지하철과 달리 대구도시철도는 적당한 승객을 싣고 동서남북을 왔다 갔다 한다. 1,2호선이 지하철이고, 3호선이 지상철이다.
1호선은 설화명곡역과 안심역을, 2호선은 문양역과 영남대역을, 3호선은 용지역과 칠곡경대병원역을 왔다 갔다 하며 시민의 일상을 돕고 있다. 여기에 1.2호선이 교차되는 반월당역 지하철 광장은 시민광장이 된 듯 하루 종일 붐빈다. 사계절 알맞은 냉, 난방은 물론 각종 식당과 온갖 상점들이 즐비한 안락하고도 편안한 도심 속 소통공간이다. 그런가 하면 3호선 지상철은 30개 역을 소풍 가듯 왔다 갔다 한다. 이런
대구도시철도를 틈날 때마다 나는 즐기고 있다.
팔공산과 비슬산을 오르내린다.
대구는 분지로서 사방이 산으로 울타리를 치고 있다. 팔공산과 비슬산이 멀리서 서로 손짓한다. 팔공산과 비슬산은 한눈에 봐도 대조적이다. 거북바위와 같이 하늘 꼭대기에 매달린 바위가 있는가 하면 비로봉을 품은 팔공산은 기세도 등등하다.
여기에 비해 비슬산은 새색시처럼 얌전하다. 언제 올라가도 아늑하고 포근하다. 그리 높지 않은 해발 1,084미터의 고지를 순환 전기차로 가뿐히 올라가기도 한다. 누구는 비슬산이 비파를 안고 거문고를 타는 신선이 노니는 산이라 한다. 한술 더해 비슬(琵瑟)의 파자놀이가 비슬산을 비파와 거문고를 가지고 노는 왕들을 형상화하고 있단다. 재미있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두 명산이 서로 화답을 하듯 팔공산에는 해발 1.192미터의 비로봉이 있고 비슬산에는 1,084미터 천왕봉이 있다.
천우신조이런가. 팔공산과 비슬산이 있는 대구는 수(水), 토(土)가 조화를 이루며 태풍과 홍수마저 비껴간다. 수성못 둘레길을 돌고, 도심철도를 즐기며, 팔공산과 비슬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대구가 복 받은 도시란 생각이 든다. 대구, 나는 좋다.(202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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