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따라 마음 따라 ]: 책 읽기 & 감상 52

[산문&감상: 조정래의 아리랑 리뷰 2권 제1화 《횃불 횃불 횃불》]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제1부 아, 한반도]-제1화 횃불 횃불 횃불-횃불은 의병 봉기를 상징한다. 들녘에 봄기운이 아련하게 어렸다. 봄기운이 살아서 움직인다. 이것은 겨울이 풀리고 있는 모습이다."얼었던 산천만 풀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몸도 풀리고 있었다. 몸이 풀리기를 기다려 제일 먼저 몸을 일으킨 곳이 충청도였다. 안병찬이 의병의 깃발을 세운 것이다."중심인물 송수익과 임병서가 뒤뜰에서 만나고 있다. 충청도에서 시작된 의병봉기가 일단은 왜놈들과의 접점에서 패했다는 소식 속에 "이등박문"이 초대 통감으로 부임해 왔다. 통감부의 첫 번째 일이 경기, 인천, 부산 등지에 일본 거류민을 위한 수도시설 사업이다. 식민지적 상황이 아니라면 얼마나 숭고한 사업인가. 그냥 솟아오르는 샘물이 아니라 깨..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중) 동의보감 리뷰, 제13화]

-소설 동의보감, 법고창신(法古創新)이 따로 없다.-멀쩡한 대낮에 버스정류장을 돌진한 차를 목격했다. 다행히 다친 사람 하나 없었다. 아니 이 시기에 이런 끔찍한 일이. 급발진인지 오작동인지 차에서 내린 운전자가 한참을 멍하니 섰다가 어디엔가 전화를 한다. 나도 멍하니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어지럽다. 버스 두 대 놓치고 내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좌충우돌, 차는 머리를 처박고 있는데 나는 어디로 갈지 몰라 박살 난 유리알만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차도 미치고 사람도 미친 것인가. 봄인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지만 계절이 이러하니 꽃도 하늘도 땅도 사람도 제정신이 아니다. 땅이 썩고 바다가 뒤집히고  하늘이 어지러우니 어디 사람인들..

[산문&감상: 해빙, 그것은 구도자적 삶의 결정체였다.]

[산문&감상: 해빙, 그것은 구도자적 삶의 결정체였다.] '1 일 1 수필 산책'을 생활화하고 있다. 수필사랑의 일상이 문학사랑이 되고 문학사랑이 내 마음의 산책이 되면 좋겠다. 수필은 나를 짓고 나는 수필을 짓는다. 짓는다는 말은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말이다. 얼마 전 늘 '복을 지어라'란 의미의 '조복(造福)' 두 자를 부적처럼 써다가 돌아가신 이근필 옹이 있었다. '그는 퇴계 이황의 16대 종손이었다. 종택의 '추월한수정(秋月寒水亭)'을 지키면서 한 세월 온몸으로 이황의 정신세계를 무릎 꿇고 실천하시다가 갔다. 내방객을 무릎 꿇고 경(敬)으로 대한 도학자의 실천적 자세는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친필 '조복(造福)'이란 부적 같은 종이 한 장이 책갈피에 아직도 있다. 잘은 모르지만 ..

[산문&감상: 조정래의 아리랑 리뷰 1권 제12화 《우리 어찌 살거나》]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제1부 아, 한반도] -제12화: 우리 어찌 살거나- 역사를 기반으로 한 대하소설, 현실이 소설이고 소설이 현실이다. 제12화의 제목이 《우리 어찌 살거나》이다. 구한말, 시국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흑과 백을 가늠하기 힘든 세상에서는 늘 소문대로 일은 진행된다. 을사보호조약으로 나라는 망하고 소문대로 각 부서 대신들은 자결했고 장지연은 목놓아 울었다. "금산사 미력불과 은진미륵이 통곡을 했다는 소문만이 아니었다. 사명당의 비석이 땀을 서 말이나 흘렸다고 했고, 지리산 음양샘에서 선지피가 흘러내린다고 하는가 하면, 무주 구천동 골골이 밤마다 귀신들의 울음으로 가득 찬다고도 했다. 그런 흉흉한 소문들이 떠도는 가운데 일진회에서 한일 보호조약 체결을 찬성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산문 &감상: 이은성의 소설(중) 동의보감 리뷰, 제12화]

-영달의 길, 치부의 길이 아닌 의(醫)의 길, 텅 빈 병사(病舍), 불안한 공존- 프랑스의 세느강변과 이탈리아의 폼페이우스 광장이 허준과 유의태에게 손짓을 한다.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의료대란, 도무지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분초를 다투는 환자들은 고통을 받고 있다. 유의태의 마음이 착잡하다. 울부짖는 병자를 외면하고 영달의 길로 떠나간 아들 도지와 수제자 임오근. 그리고 아들을 따라가 버린 아내. 아들 도지는 내의원 시험에 합격했지만 집안은 오히려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되어 버렸다. 유의태가 "헬조선"을 외치자 허준이 맞받아친다. "헬조선, 젠장 빌어 먹을 것들." "치병용약(治病用藥)의 술(術)이나 의료제민(醫療濟民)의 이상에 앞서 의원이 의원이고자 하는 그 심지와 품성..

[산문& 감상: 정호승 《시가 있는 산문집》 리뷰]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출판:비채 2020.11.5. 1판 1쇄) 를 또 들었다. 시와 수필이 한몸으로 움직이니 감정의 굴곡 없이 내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몇 번을 읽어도 지겹지가 않다.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는 이 한마디 말이 그냥 사람을 외롭지 않게 한다. 저자는 에서 이 책을 두고 "부디 맛있게 잡수시고 "마음이 가난한 자"가 되십시오."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래서 맛있게 먹기로 했다.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짤게 썰어서 먹기도 하고 뭉티기로 먹어도 봐야 한다. 때론 급히 먹다가 체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수필이나 소설을 소화제로 먹으면 된다. 이 책은 각 1부 15편씩, 총 4부 60편, 594 페이지로 되어 있다. 시와 산문, 두 양식이 지니는 깊이와 무게만..

[산문 &감상: 이은성의 소설(중) 동의보감 리뷰, 제11화]

-충청 진천 버드네 마을과 리퀴드폴리탄- 의원취재, 다시 말해 내의원 자격시험을 치기 위해 한양으로 가는 길목, 충청도 진천 버드네 마을의 풍경이다. 의원하나 없는 마을, 병자인 아버지를 둔 한 여인의 간절한 호소를 뿌리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날이 새면 취재에 남는 여유는 이틀 반, 한양까지 2백60리. 하루 1백30리씩 이틀 안에 달려가야 한다. 의원시험이 채 사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버드네 마을 환자를 돌보고 있는 허준의 인간됨을 나는 경외한다. 의원 하나 없는 고립된 산골 버드네 사람들의 성화에 붙들려 환자 치료에 정성을 다 하고 있는 허준. 환자들이 들끓는 마을의 심각성을 알고도 모두가 과거길을 떠났지만 허준은 환자들을 두고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순진무구하다고나 할까, 우직하면서도..

[산문 &감상: 이은성의 소설(중) 동의보감 리뷰, 제10화]

-허준에게도 도파밍과 세로토닌은 필요충분조건이었다- 면천, 기어이 김민세를 찾아 너와집에 들어선 허준. 안광익과 김민세는 허준의 면천 조건으로 문둥병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1년 기한의 약초를 갈무리하는 소임을 맡아 줄 것을 제시한다. 여기에다 한 발 더 나가 인근 저수지를 돌며 가물치를 씨가 마르도록 잡아들이는 일과 죽은 송장의 간이나 뼈다귀의 효험을 시험하기 위해 허준으로 하여금 굴총(堀塚)에다 사람의 뱃속을 갈라보기를 권유한다. 면천을 위한 몸부림, 너와집은 허준으로 하여금 신분상승을 위한 재생의 공간. 의사가 되는 길, 안광익은 허준을 향해 한마디 찔러둔다. "너로선 면천과 의업 정진의 두 가지 이득이 있는 일이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즉 잘 생각해 보거라." 의사가 되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고도 ..

[산문&감상: <경부텰도>, 그리고 <무정>을 생각하다]

[산문&감상: , 그리고 을 생각하다] 열차는 경부선 철도를 오늘도 달리고 있다. 기차(汽車)란 말이 좀 더 향수 짙게 다가오지만 여러 개의 찻간을 이어놓은 것을 보면 열차(列車)란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기적소리 울리던 증기 기관차가 한 모금 추억을 삼키며 지나간다. , 이 노래를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들었다. -경부텰도 노래- 우렁차게 토하는 기적소리에 / 남대문을 등지고 떠나가서 빨리 부는 바람의 형세같으니 / 날개 가진 새라도 못 따르겠네 늙은이와 젊은이 섞여 앉았고 / 우리 내외 외국인 같이 탔으나 내외친소 다같이 익혀 지내니 / 조그마한 딴 세상 절로 이뤘네 원제는〈경부텰도노래(京釜鐵道歌)〉로, 1908년에 최남선이 일본의 철도창가를 멜로디와 가사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곡이다. 실질적으..

[산문 &감상: 이은성의 소설(중) 동의보감 리뷰, 제9화]

-허준, '자기 커리어'의 실천적 의지의 인물이어라- 면천, 허준에게는 면천이 절박하다. 겨우 어머니와 아내의 떡장사로 입에 풀칠을 하며 지내는 신세, 유의태의 집에서 쫓겨난 허준으로서는 아직 삶의 길이 없다. 무심한 하늘, 도적에게 산삼은 털렸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성대감의 정경부인 풍병을 고치고도 되레 온갖 괴롭힘을 당하며 유의태에게 마저 버림받은 허준. 서서히 몸이 회복되면서 자신을 구해 준 김민세를 떠올린다. 그래 김민세를 만나자. 살 길은 면천밖에 없다. 김민세를 만나기 위해 다시 유의태의 집을 찾은 허준. 유의태의 냉대 속에 겨우 삼적대사 김민세를 만날 수 있는 방도를 찾아낸 낸다. 유의태의 차디찬 눈매를 생각하면 사람의 일이란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것. 진정한 인간관계란 정녕 어떤 것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