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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감상: 루미의 시,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시&감상: 루미의 시, 내 심장은 너무 작아서] 기가 찬다. 똑같이 보는 사물도 시인이 보면 죽은 나무의 잎이 살아나고, 가슴속의 작은 심장은 넓은 하늘이 된다. 그 속에 슬픔과 사랑과 행복이 아무리 들어가도 심장은 터지지 않는다. 시인의 눈을 보면 심장보다 작은 눈이 오히려 심장보다 더 크게 보인다. 시인의 작은 눈이 이러할진대 시인의 심장은 도대체 그 크기가 얼마나 될까. 심장에도 방이 몇 개 있다. 잘은 모르지만 2 심방 2 심실로 방이 네 개라고 배웠다. 심장에 네 개의 방이 있는 것이 우연의 일치일까. '도리도리 까꿍'이란 별명을 가진 유튜브로 유명한 대구평화방송 이상재 신부는 우리의 가슴에 '네 개의 감'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불안감, 죄책감, 우울감, 고독감이다. 기똥차게도 이 '네 개의..

[자작시&감상: 물새여 날아라]

[자작시&감상: 물새여 날아라] 계절이 바뀌는 시기, 이상하게도 환절기가 되면 수필보다는 시에 자꾸 눈이 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경계선에서 한 계절을 통째로 말아먹고 싶은 생각 때문이랄까. 한 계절이 지나가는 문턱에서 나는 계절이 남긴 이삭을 한 줄 시로 노래하고 싶을 때가 많다. 신천을 거닐다 한 마리 물새를 보았다. 멍하니 혼자 물을 보듯 하늘을 보는 외로움이 겹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 마리 물새도 그놈의 사랑 때문에 멍 때리고 있는지...... 조용히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계곡물도, 미풍에 흩날리는 미세먼지도 그냥 흘러가고 흩날리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깊이만큼 아픔을 동반한다. 물새여 날아라. ♤물새여 날아라/백송 바람을 따라가면 바람이 되고 물을 따라가면 물..

[산문& 감상: 정호승 《시가 있는 산문집》 리뷰]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출판:비채 2020.11.5. 1판 1쇄) 를 또 들었다. 시와 수필이 한몸으로 움직이니 감정의 굴곡 없이 내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몇 번을 읽어도 지겹지가 않다.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는 이 한마디 말이 그냥 사람을 외롭지 않게 한다. 저자는 에서 이 책을 두고 "부디 맛있게 잡수시고 "마음이 가난한 자"가 되십시오."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래서 맛있게 먹기로 했다.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짤게 썰어서 먹기도 하고 뭉티기로 먹어도 봐야 한다. 때론 급히 먹다가 체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수필이나 소설을 소화제로 먹으면 된다. 이 책은 각 1부 15편씩, 총 4부 60편, 594 페이지로 되어 있다. 시와 산문, 두 양식이 지니는 깊이와 무게만..

[산문 &감상: 이은성의 소설(중) 동의보감 리뷰, 제11화]

-충청 진천 버드네 마을과 리퀴드폴리탄- 의원취재, 다시 말해 내의원 자격시험을 치기 위해 한양으로 가는 길목, 충청도 진천 버드네 마을의 풍경이다. 의원하나 없는 마을, 병자인 아버지를 둔 한 여인의 간절한 호소를 뿌리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날이 새면 취재에 남는 여유는 이틀 반, 한양까지 2백60리. 하루 1백30리씩 이틀 안에 달려가야 한다. 의원시험이 채 사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버드네 마을 환자를 돌보고 있는 허준의 인간됨을 나는 경외한다. 의원 하나 없는 고립된 산골 버드네 사람들의 성화에 붙들려 환자 치료에 정성을 다 하고 있는 허준. 환자들이 들끓는 마을의 심각성을 알고도 모두가 과거길을 떠났지만 허준은 환자들을 두고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순진무구하다고나 할까, 우직하면서도..

[명상수필: 3호선, 분명 대구의 명물이어라]

[명상수필: 3호선, 분명 대구의 명물이어라] 대구에는 지하철 1, 2호선과 지상철 3호선이 있다. 밤에 3호선을 탔다. 형형색색의 네온 불빛 위를 조용히 달린다. 용지역을 출발하여 범물, 지산역을 지나면 수성못이 들어온다. 이미 대구의 명소가 되어 버린 수성못, 한여름 분수쇼는 해를 거듭할수록 예술적 완성도를 더해 가는 느낌이다. 못물에 푹 빠진 사람들, 대구의 사랑이 살랑살랑 일렁인다. 수성못역을 지나 황금역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그야말로 황금이다. 가을이면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이라 황청동이라 했지만 황천동과 유사한 발음이라 지금의 황금동으로 고쳤다고 한다. 잘 정비된 실개천이 청계천을 흉내 내며 신천으로 흘러간다. 어린이회관역, 수성구민운동장역을 지나면 수성시장역이 눈에 들어온다. 민심이 오고 ..

[명상수필: 부활의 칼]

[명상수필: 부활의 칼] 부활의 밤은 또 지나갔다. 세례를 받던 마음으로 새 삶에 대한 서약을 했다. "~~ 믿습니까?" "~~ 믿습니다." 성수가 머리에 꽂혔다. 하느님의 물로 몸과 마음을 닦는 일에 헌사한다. 천국이 고요히 내려와 말씀의 하느님을 빛으로 맞아들인다. 하늘이 있고 천사가 있는 밤, 빛으로의 하느님이 부활의 길을 걷고 있다. 나도 따라 걷고 있다. 뜻깊은 날에 정호승의 시집을 꺼내 들었다. 《당신의 칼》이란 시를 읽다가 전부나 일부를 인용하려다가 저작권 시비 때문에 접었다. 마음이 아프다. '일부나 전부를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와 창비 양측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문구를 보고 포기했다. 작은 글씨의 '반드시'란 말이 비수처럼 다가왔다. 좋은 시에도 숨겨진 칼이 있으니 함부로 어떻게..

[산문 &감상: 이은성의 소설(중) 동의보감 리뷰, 제10화]

-허준에게도 도파밍과 세로토닌은 필요충분조건이었다- 면천, 기어이 김민세를 찾아 너와집에 들어선 허준. 안광익과 김민세는 허준의 면천 조건으로 문둥병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1년 기한의 약초를 갈무리하는 소임을 맡아 줄 것을 제시한다. 여기에다 한 발 더 나가 인근 저수지를 돌며 가물치를 씨가 마르도록 잡아들이는 일과 죽은 송장의 간이나 뼈다귀의 효험을 시험하기 위해 허준으로 하여금 굴총(堀塚)에다 사람의 뱃속을 갈라보기를 권유한다. 면천을 위한 몸부림, 너와집은 허준으로 하여금 신분상승을 위한 재생의 공간. 의사가 되는 길, 안광익은 허준을 향해 한마디 찔러둔다. "너로선 면천과 의업 정진의 두 가지 이득이 있는 일이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즉 잘 생각해 보거라." 의사가 되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고도 ..

[산문&감상: <경부텰도>, 그리고 <무정>을 생각하다]

[산문&감상: , 그리고 을 생각하다] 열차는 경부선 철도를 오늘도 달리고 있다. 기차(汽車)란 말이 좀 더 향수 짙게 다가오지만 여러 개의 찻간을 이어놓은 것을 보면 열차(列車)란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기적소리 울리던 증기 기관차가 한 모금 추억을 삼키며 지나간다. , 이 노래를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들었다. -경부텰도 노래- 우렁차게 토하는 기적소리에 / 남대문을 등지고 떠나가서 빨리 부는 바람의 형세같으니 / 날개 가진 새라도 못 따르겠네 늙은이와 젊은이 섞여 앉았고 / 우리 내외 외국인 같이 탔으나 내외친소 다같이 익혀 지내니 / 조그마한 딴 세상 절로 이뤘네 원제는〈경부텰도노래(京釜鐵道歌)〉로, 1908년에 최남선이 일본의 철도창가를 멜로디와 가사를 모티브로 하여 만든 곡이다. 실질적으..

[명상수필: 팔공산 거북바위, 황홀한 외도]

[명상수필: 팔공산 거북바위, 황홀한 외도] 그날도 나는 바람을 타고 있었다. 아니 바람을 탔다기보다 차라리 외도를 꿈꾸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진초록의 싱그러운 풀냄새를 한껏 들이키며 숲 속 능선을 오르내리는 마음은 부풀 대로 부풀어 올랐다. 사랑이라 이름 짓는 여인의 몸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 길게 쭉 뻗은 연분홍 철쭉이 오목하니 들어간 보조개로 나를 반겼다. 설렘이랄까. 좁은 암벽 사이 벌어진 하늘구멍에 대한 호기심. 진실한 사랑이 아름답다면 그 사랑을 위한 외도 또한 위대한(?) 것이 아닐까. 팔공산 수태골 지나 거북바위는 이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틈새를 뚫고 잘 자란 노송 하나, 땅이 아닌 바위를 뚫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외도의 위력이란 그래서 아름다움으로 피는 것일까. ..

[산문 &감상: 이은성의 소설(중) 동의보감 리뷰, 제9화]

-허준, '자기 커리어'의 실천적 의지의 인물이어라- 면천, 허준에게는 면천이 절박하다. 겨우 어머니와 아내의 떡장사로 입에 풀칠을 하며 지내는 신세, 유의태의 집에서 쫓겨난 허준으로서는 아직 삶의 길이 없다. 무심한 하늘, 도적에게 산삼은 털렸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성대감의 정경부인 풍병을 고치고도 되레 온갖 괴롭힘을 당하며 유의태에게 마저 버림받은 허준. 서서히 몸이 회복되면서 자신을 구해 준 김민세를 떠올린다. 그래 김민세를 만나자. 살 길은 면천밖에 없다. 김민세를 만나기 위해 다시 유의태의 집을 찾은 허준. 유의태의 냉대 속에 겨우 삼적대사 김민세를 만날 수 있는 방도를 찾아낸 낸다. 유의태의 차디찬 눈매를 생각하면 사람의 일이란 참으로 어렵고도 힘든 것. 진정한 인간관계란 정녕 어떤 것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