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수필: 도토리묵을 생각하다 ] 묵을 먹다 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묵에도 종류가 많지만 내가 좋아하는 묵은 도토리묵이다. 특히나 젤리 같은 가을색의 도토리묵은 때깔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그냥 천천히 씹어도 제맛이지만 여기에 참기름과 참깨를 넣어 비벼 놓은 간장과 함께 먹을 때의 그 맛이란 한 마디로 제대로 된 묵맛이다. 또 달리 이런저런 고명으로 만든 묵채는 한여름 열기를 말아버리는 최고의 여름별미로 거듭나기도 한다. 나는 이런 묵을 즐겨 먹지도 않았고 묵채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어쩌다 식당에서 찬거리로 나올 때도 손이 가지 않았다. 이처럼 나에게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던 묵이었지만 이 가을에 나는 묵에 푹 빠졌다. 마음 고운 사람으로부터 정성으로 만든 묵 한 두 모를 얻어 먹고부터다. 시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