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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필: 로고송, 별난 명곡으로 거듭나길]

[명상수필: 로고송, 별난 명곡으로 거듭나길] 세월이 흘러도 듣기에 싫증이 나지 않는 노래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명곡임이 틀림없다. 잘은 모르지만 명곡은 굳이 화려한 무대나 유명세를 지닌 노래는 아닐 성싶다. 그렇다고 다수의 사람들이 밥 먹듯 요구하는 곡만도 아니다. 그저 세월 따라 귀에 익은 노래, 그러면서도 남녀노소의 가슴에 새겨진 노래가 있다면 그것은 명곡이 아닐 수 없다. 여하튼 명곡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나에게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니 잊히지 않는 추억의 별난 명곡이 있다. 이른 새벽이면 으레 들려오던 청소차의 시그널 뮤직(Siginal Music)이다.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이 노래 따라 꿈을 먹었던 어린 시절, 동심은 새벽 잔별과 함께 아름다웠다. 그리..

[명상수필&시: 영끌 영혼, 님은 갔습니다]

[명상수필&시: 영끌 영혼, 님은 갔습니다] 비 개인 오후 높은 하늘 기중기가 한숨을 쉬고 있다. 빈 하늘에 검은 새 한 마리가 기중기에 앉았다 날기를 반복한다. 검은 새 한 마리, 먹이도 없는 높은 하늘,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날고 싶어도 날아갈 길이 없다. 어디로 갈 것인가. 사람들은 저마다 어디론가 가지만 젊은이들은 갈 길이 없다. 막막한 현실, 빌릴 것 다 빌려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집을 장만했지만 폭락한 집값, 치솟는 이자. 어른들의 돈놀이에 젊은이들의 꿈은 사라졌다. 드라마 같은 현실, 하늘 높은 건설현장. 하늘 꼭대기에 검은 새 한 마리가 날고 있다. 하지만 보금자리 하나 없는 하늘을 두고 몸은 벌써 구천을 헤매고 있다. 하나둘씩 포기할 수밖에 없는 ..

[명상수필: 내 마음 나도 몰라라]

[명상수필: 내 마음 나도 몰라라] 마음이 왜 이리 어지러운지 모르겠다. 조금 전까지 잠잠하던 마음이 갑자기 요동을 치며 불안에 휩싸인다. 금방 웃었다가 갑자기 말이 없어지는 것을 보면 이것이 우울이나 조울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 가까운 앞산을 오르며 나는 몇 번이고 내 마음을 생각해 보았다. 금방 가슴에 들어온 내 마음이 초록빛 숲 속을 거닐면서 웃는가 싶더니 우뚝 서 있는 큼직한 바위 앞에서는 이내 얼어 버린다. 참으로 이해 못 할 내 마음이다. 뿐만 아니다. 어떨 때는 내 마음이 큰 바다처럼 넓고도 넓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각 없이 남에게 퍼줄 것 다 퍼주고 허탈해하는가 하면 어떨 때는 좀생이도 이런 좀생이가 없을 정도로 소심하다는 핀잔을 듣기도 한다. 정말 내 마음 나도 몰..

[산문 &감상: 이은성의 소설(상) 동의보감 리뷰, <메타인지 능력의 소유자, 허준> 제8화]

-메타인지 능력의 소유자, 허준- 허준, 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스승 유의태에게 배운 구침술이나 방대한 의학적 지식을 쌓아가는 '앙터프리너'요, 동시에 '메타인지' 능력을 겸비한 "'AI프리너'가 아닐 수 없다. 성대감 부인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그의 도전정신과 창의성, 그리고 환자나 가족을 대하는 인간성으로 볼 때 허준은 그야말로 '앙터프리너'요, 'AI프리너'이면서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가 아니고 무엇이랴. '생성형 AI 시대를 주도하려면 사색과 해석력을 겸비해야 한다.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던 앙터프리너(Enterpreneur:창업자)에게 도전 정신과 행동력이 필수였다면 자유자재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며 성취를 극대화하는 AI프리너(AI-preneur)에게는 인본주의적 비판 능력이 필..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아쉬운 티키타카 1, 제7화>]

-아쉬운 티키타카 1- 성대감의 아내 정경부인의 풍병을 낫게 한 대가로 성대감이 베푸는 은혜에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은혜를 아는 진정성이 가슴을 때리는 순간이다. "사는 집은 마련했던가?" 허준이 시선을 들어 성대감을 바라보았다. "집이라 하오시면?" "아직 남의 수하에 있다 하면 자네의 기량이 어떻다 할지라도 살림에 큰 여축(餘蓄)은 없이 사는 게 아닌가 싶어서 묻네. 장만을 했던가, 집은?" 허준이 얼른 대답을 못 했다. "내가 그대에게 꼭 무엇인가 하나 해주고 싶은데 집을 한 채 지워주면 어떻겠나?" 국을 떠 입으로 가져가던 임오근의 숟가락이 정지했고 허준은 멍해졌다. 겸손하게도 정경부인의 풍병을 낫게 한 공을 스승 유의태로 돌려보지만 성대감은 허준에게 집을 지어주고 유의태에게는 따로 사의를..

[명상수필: 사람보다 좋은 당신]

[명상수필: 사람보다 좋은 당신] 산이 좋아 산길 따라 올랐던 내 마음이 산을 타고 내려올 때면 나는 또 우울해지기 시작한다. 사람이 싫은 것이 아니라 말 없는 산이 자꾸 멀어져 가니 마음이 아파 오는 것이다. 저 멀리 말없는 산은 멀어져만 가고, 말 많은 사람들은 마구 말하기 시작한다. 참 희한하다. 가끔은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함부로 할 때가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이면서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발뺌할 때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 일을 되풀이하기도 한다. 뿐만이 아니다.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타인이 몰라주길 바랄 때도 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부끄러워할..

[명상수필: 한 줄 시가 그리운 아침이다]

[명상수필: 한 줄 시가 그리운 아침이다] 하얀 파도 속에 한 여인이 웃고 있다. 한동안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 초록색 안경을 끼고 다시 파도를 타고 너울너울 춤을 추며 아바(ABBA)의 댄싱 퀸(Dancing Queen)을 흥얼거리고 있다. 그녀가 한 모금 맥주를 입에 물고 슬며시 내 어깨를 더듬는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아직 이른 봄, 겨울바다는 한산하다. 그래도 갈매기들은 때를 지어 바다를 희롱하고 있다. 희롱한다기보다 즐긴다고 하는 말이 맞겠다. 피서객이 없는 겨울바다는 오롯이 그들의 텃밭이다. 파도타기를 하는가 하면 보란 듯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여유롭다. 너울성 파도 따라 갈매기들의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겨울바다를 춤추게 한다. 사랑, 미쳐도 단단히 미친 그녀가 겨울바다를 즐기고 있다. 도대체..

[명상수필: 그래도 줄기세포는 이어지고 있다]

[명상수필: 그래도 줄기세포는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을 걸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줄기세포만이 아니다. 오늘 하루 괴롭거나 불행한 일을 당했더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바로 내일이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에게 내일이 안겨 주는 신화와 전설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구는 멸망했을 것이다. 오늘이 가고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내일에 대한 기대, 그것은 오늘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희망인 신화와 전설이었다. 하지만 이 시대엔 신화나 전설 따윈 없다. 다만 이미 죽어버린 무성하고도 재미없는 이야기들만 있을 뿐이다. 사라져 버린 신화와 전설, 그래도 내 어린 시절 그때는 적어도 아니었다. 메뚜기 다리를 자근자근 씹으며 이어가시던 어머니의 이야기는 그냥 이야기가 아..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 다시 보고 싶은 허준, 전공의들도 보고 싶다. 제6화>]

-다시 보고 싶은 허준, 전공의들도 보고 싶다.- 창녕 성대감 부인, 허준의 운명 앞에 마주한 여인, 허준은 팽팽하게 온몸을 죄고 있었다.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 용천을 떠난 7년 세월. 허준의 운명이 어이 될지. 직접 환자를 위해 새벽길 정화수를 떠온 허준. 풍병환자의 기력으로 보아 침을 놓기조차 힘든 상황. 우선 몸을 보할 탕약을 준비하는 허준의 이마에는 땀이 흘러내리고 있다. 환자를 대하는 허준의 자세가 '히포크라테스'다. 의대생들이 졸업장을 들고 선서를 한다. *나는 양심과 위엄을 가지고 의료직을 수행한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하여 고려할 것이다. *나는 환자를 위해 내 의무를 다하는 데 있어 나이, 질병, 장애, 교리, 인종, 성별, 국적, 정당, 종족, 성적 지향, 사회적 지위 등에 ..

[산문&감상: 엘렌 랭어의 《늙는다는 착각》 리뷰]

[산문&감상: 엘렌 랭어의 《늙는다는 착각》 리뷰] - 하버드 심리학 거장이 전하는 건강하고 지혜롭게 사는 법- 2월은 빨리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 달리 힘겹게 넘겼다. 여기저기 홍매화가 피고 벚꽃이 벌써 피었다는 소식은 들려오는데 내 마음의 봄은 쉽게 오지 않았다. 그래서 몇 번이고 춘래불사춘이란 말을 해 보는 것은 인지상정. 아직 집 가까운 비슬산 정상에는 하얀 눈이 산을 덮고 있다.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한숨 쉬어 보지만 하루하루가 예전 같지 않다. 하버드 심리학 거장이 전하는 건강하고 지혜롭게 사는 법, 《늙는다는 착각》이란 책을 훑어본다. "꼭 이런 책을 읽어야 할까'란 생각이 들었지만 시집간 딸애가 택배로 보낸 책이라 그냥 두기가 미안했다. '늙는다는 착각'이 아니라 이미 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