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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名醫 柳義泰 제2화]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名醫 柳義泰 제2화] -나도 '샐리'를 꿈꿔본다- 산음 땅에서 허준을 이끌고 있는 인물, 우선은 이방, 그리고 구일서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도 중요하다. 그저 보기만 해도 좋은 사람. 이유 없이 도와주고 싶은 사람. 도움을 받고도 부담이 없는 사람. 타고난 복 중에 사람복도 으뜸 복이라. 산음에서 처음 만난 이방과 구일서, 이 두 사람은 허준에게는 천사 같은 인물들이다. 조력자 이방(吏房)은 공방(工房)인 구일서를 주막집으로 데리고 온다. 공방은 조선시대 승정원과 지방관아에 딸린 육방의 하나. 육방은 잘 아는 이방, 호방, 예방, 병방, 형방, 공방을 아우러는 말이다. 구일서 앞에서, 전임 사또 조현감과 친분이 있는 용천 땅 현감인, 아버지 허..

[명상수필:영화리뷰: 묵시적 스토리, 아바타2편, 물의 길]

[명상수필:영화리뷰: 묵시적 스토리, 아바타2편, 물의 길] ~, ~, 소리를 들은 지 꽤 오래되었다. 보고 싶었다. 봐야지~봐야지~하면서 놓쳤다가 겨우 넷플릭스로 봤다. 2022년 캐머런 감독은 2년 뒤 을 가지고 한국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올해가 2024년이다. 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리뷰를 새해 벽두에 올려 본다. 이 빨리 나오면 좋겠다. 영화 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을 보다가 도무지 줄거리를 이해할 수 없어 보지 않았던 을 보고 을 다시 보았다. 아무리 스펙터클한 영상도 스토리가 없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로 영상 앞에 앉아 있을까. 결국 우리네 삶도 스토리가 역사를 이어가며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것이 아닌가. 스토리가 없으면 역사도 없다. 삶의 원천, 그 생명력은 바로 스토..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名醫 柳義泰 제1화]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名醫 柳義泰 제1화] -드디어 경남 산음 땅 도착- 사랑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사랑도 다 때가 있다. 순간의 선택, 과거 냉장고 선전을 하면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고 했다. 살아보니 삶에 있어 비롯 그것이 순간의 선택일지라도 평생을 좌우하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선택, 신중할수록 좋겠지만 신중하다고 해서 꼭 성공적인 것도 아닐 성싶다. 일정 부분은 분명히 운명이란 것도 있다. 다만 그 운명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역점을 두고 싶다. 다희와 허준, 둘의 운명은 어느 정도의 사실을 기반으로 한 천생연분이란 생각이 든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삶의 지혜, 소설이지만 이 속에도 온고지신과 법고창신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것이 명작을..

[명상수필: 옥연지 둘레길, 송해는 갔지만]

[명상수필: 옥연지 둘레길, 송해는 갔지만] 송해공원 둘레길 호수 주변은 아름답다. 강정보로 이어지는 물줄기 따라 산책을 나온 이들의 마음이 느긋한 것은, 잔잔히 흘러가는 물이 걷는 이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물이 고요하니 물 위를 걷는 마음도 소리 없이 물가에 깃든다. 간간이 어어지는 구수한 송해의 노래가 호수 위 물새의 흥을 돋우고, 우두커니 서서 돌아가는 물레방아는 오고 가는 이의 마음을 물레질한다. 물레방아 따라 돌고 도는 마음이 물새의 마음이다. 물새야 날아라~. 구수한 목소리만큼이나 구성지게 살다 간 송해의 일생. 송해공원 전체가 님이 남긴 사랑의 호수요 둘레길이다. 호수를 바라보며 둘레길을 거닐면서도, 님이 남긴 사랑을 깨닫지 못한다면 님은 님이 아니다. 사랑이란 멀리 있는 것이..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龍川脫出 제4화]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龍川脫出 제4화] -어머니는 위대하다- 어느 시대나 위대한 어머니는 자신을 버릴 줄 안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申師任堂)도 허준의 생모 손씨(孫氏)도 심지어 홍길동의 어머니 시비(侍婢) 춘섬도 그렇게 살다 갔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健陽多慶), 복(福)은 지어야 한다. 그냥 굴러들어 오는 것이 아니다. 홀씨 하나가 봄바람에 휘날리는 날이 멀지 않았다. 오늘 대한(大寒) 지나면 2024년 입춘(立春)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지의 여신, 판도라는 '모든 것을 주는 희망의 신'이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그렇다. 공노(公奴) 천첩(賤妾) 소생(小生)의 허준, 주어진 신분에서 오는 분노와 울분, 서슬 퍼런 외침이 파란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산문&감상: 막스 뮐러의 소설 독일인의 사랑 리뷰, 수호천사]

[산문&감상: 막스 뮐러의 소설 독일인의 사랑 리뷰, 수호천사] 독일 언어학자가 남긴 단 한 편의 순수소설, 《독일인의 사랑》을 읽고 란 제목으로 감상문을 남겨 본다. "나의 모든 것은 너의 모든 것이다." 감명 깊게 다가왔다. "신은 너희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나에게 너의 고통을 나누게 했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빌헬름 뮐러의 아들이기도 한 막스 뮐러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로 두 남녀의 숭고한 사랑을 아름다운 문체로 그려낸 작품!" 나는 이 표지글에 매료되어 단숨에 읽고 말았다. 그는 비교언어학, 비교종교학, 비교신화학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아버지는 독일 낭만파 시인 빌헤름 뮐러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의 문체가 간결하면서도 시적이고, 시적이면서 선명한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이를 증명..

[명상수필: 서울여정, 에스프레소 마키아또]

[명상수필: 서울여정, 에스프레소 마키아또] 서울은 강한 바람이 불고 온도가 십도 이하로 뚝 떨어진다고 했다. 겨울용 외투를 걸치고 서울역에 내리자 바람이 조금 세게 불뿐 전형적인 가을날씨에 내리는 비도 그쳤다. 청와대 관람예약시간은 아직도 세 시간 정도 남았다.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지나 세종대왕을 거쳐 광화문으로 쭉 뻗은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고 이른 아침 관광객들은 무리를 지어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에스프레소 마키아또를 주문했다. 여전히 커피숍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믹스커피와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시는 내가 마키아또를 직접 주문하다니. 그것도 에스프레소란 말과 함께. 참 많이 변했다. 내 입에서 에스프레소 마키아토란 말이 술술 나오다니. 달콤한 맛에 쓴 맛이 곁들어 있는 이 커피를 처음 주문할 때..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龍川脫出: 제3화]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龍川脫出: 제3화] -여자의 발자국을 따라가다- 휘영청 밝은 달, 달그림자를 밟고 허준은 용천군의 원찰(願刹)인 용호사(龍虎寺) 경내로 들어섰다. 언제 눈보라가 쳤었냐는 듯 밤하늘이 구름 걷힌 허준의 마음이다. 친구 양태를 끝내 못 만나고 돌아선 발길. 허준의 운명을 바꿔 줄 한 여인의 발자국이 흰 눈 따라 선명하게 눈을 파고든다. 발자국 따라 치마가 쓸고 간 흔적, 분명 여자의 발자국이다. "이 시각에 계집이 이 눈 속을 혼자서 다닌단 말인가?" 경내에 들어서자마자 마을로 이어져 있는 여인의 발자국을 단숨에 따라잡은 허준. -문득 여자가 허준을 돌아보았다. 허준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 댕기가 허리 밑으로 처진 젊은 처녀였다.- 재미있다. 관음증 환자..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龍川脫出: 제2화]

[산문&감상: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상) 리뷰, 龍川脫出: 제2화] -봄을 맞이할 마지막 대설- 친구 없이 살 수 있을까. 남자나 여자나 괴로울 때는 친구를 찾아간다. 일없이 잘 지낼 때는 친구도 필요 없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아니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괴로울 때 친구만한 상담사도 없다. 허준도 늘 괴로우면 친구 양태를 찾아 신세타령하며 퍼마신 술이 한 말은 넘지 싶다. 그것뿐이랴. 책갈피를 오고 가는 이야기를 힐끔힐끔 쳐다보면 내심 불쌍한 "천첩, 어머니의 울분"을 아니 "불쌍한 한 여자"의 일생을 위무하듯 그렇게 자책하며 작부들의 가슴을 마구 쳤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괴로울 때는 친구와 술이 딱 제격이다. 허준도 속이 뒤틀리면 술친구 양태를 찾아간다. 양태와는 어울렸다 하면 술판이..

[명상수필: 밥]

[명상수필:밥] 밥은 보고만 있어도 겸손해진다 고양이도 개도 심지어 조잘거리는 참새도 밥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밥은 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사람이 웃고 개도 웃고 고양이도 웃고 심지어 나뭇가지 위 참새도 웃는다 밥이 보약이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밥을 먹고 개가 되고 밥을 먹고 고양이가 되고 밥을 먹고 참새가 되고 심지어 밥을 먹고 사람이 된다 밥은 보고만 있어도 겸손해진다 고양이도 개도 심지어 조잘거리는 참새도 밥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 주말 아침이다. 요즘은 주말이 금요일부터라지만 나는 아직도 토요일이 되어야 주말이란 생각이 든다. 주말이면 늦잠도 자고, 밥도 늦게 먹고, 뭘 생각하든 여유가 있다. 그래서 밥을 먹다가 객기를 부려 본다. 나는 내가 시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일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