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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감상: 장 그리니에의 섬 리뷰, 고양이 물루 <제2화>]

장 그르니에의 《섬》에는 1) 2) 3) 4) 5) 6) 7) 8) 이 실려 있다. 나는 순차적으로 읽기를 거부하고 2)편을 먼저 맛보기로 했다. 는 로 되어 있다. 오늘은 를 두고 고민해 보고 싶다. ♤고양이 물루:제2화 이야기 속 화자는 무덤을 파는 날품팔이 일꾼이다. 언젠가부터 고양이 "하나"를 갖고 싶어 했다. 굳이 내가 "한 마리"가 아니라 "하나"라고 말하는 이유는 "고양이 물루"와 "화자"의 애정 행각을 보건대 물루를 온전하고도 오롯이 소유하고픈 화자의 속내에 어울릴 것 같아서다. 회자와 물루는 껌딱지다. 말 많은 사람보다 말없는 물루가 그렇게 좋은가 보다. 화자는 아침에 외출을 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다. 특이하게도 아침에 밖에 나간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특별한 일이..

[산문&감상: 장 그리니에의 섬 리뷰, 고양이 물루 <제1화 >]

♤또 하나의 섬 내가 장 그르니에의 "섬"이란 책에 대해서 뭔가를 이야기하기는 벅차다. 행간의 의미를 이해할 듯하다가도 벽에 부딪히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저 "아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아니 우리 인간은"이라는 반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얻고자 노력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읽기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철학책이 주는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몸에 좋다는 약을 먹을 때 경험하는 일이지만 이 약을 왜 먹지라는 생각이 들 때부터 약효가 나타나듯 이 책도 그런 효과를 기대하며 꾸역꾸역 삼키고 있다. 섬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 섬에는 알지 못할 신비가 자리 잡고 있다. 고독과 연민, 사랑과 미움, 자연과 일상, 하여 섬은 대자연의 축소판이요, 형이상학의 관념적 세계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는 장 그르니에의 《섬》을 ..

[명상수필: 낙서는 내 마음이다]

[명상수필: 낙서는 내 마음이다] 낙서는 내 마음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이리저리 갈겨 놓은 낙서를 보면 그것은 바로 어지러운 내 마음 그대로다. 동일한 말이 반복되고 있는가 하면 몇 번을 읽어 보아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를 모르는 것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낙서를 하고 나면 어느 듯 내 마음은 잔잔한 호반을 거닐며 나비와 잠자리가 되어 날기도 한다. 나는 낙서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딱히 무엇을 해야 할 일이 없을 때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낙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낙서를 한다. 이리저리 어지럽게 그림을 그려 놓았거나 말도 안 되는 말을 그냥 갈겨쓴 것을 보며 웃기도 하고 때론 스스로 민망해 하기도 한다. 한 번은 낙서를 하다 이상하리만치 길게..

[산문&감상: 조정래의 아리랑 리뷰 1권 제9화 《어떤 양반》]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제1부 아, 한반도] ♤제9화:《어떤 양반》 "이제 내 나라 내 땅이 아니다." 김제의 땅을 일본인들에게 못 팔게 하다 주재소로 끌려가 죽을 뻔한 송수익이 풀려 나면서 한 말이다. 늘 아이러니하게 흘러가는 것이 역사다. 역사는 때로 급물살을 타다가도 역류하거나 멈추어 버리기도 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인간사 어디에도 갖가지 유형의 투쟁사는 없을 것이다. 죽이고 물고 헐뜯는 사이 민초들은 민초대로 삶의 방식을 찾아 형질 변경이 아닌 의식의 변화를 초래한다. 우리는 이것을 진보의 한 축으로 생각한다. 제9화:《어떤 양반》의 핵심은 바로 의식의 변화, 일러 "민중의식의 싹틈"에 있다. 하나가 죽으면 반드시 또 다른 하나가 생명력을 얻어 일어나는 것이 역사의 수..

[명상수필: 용문사, 회룡포 돌아 시화연풍을 꿈꾸다]

[명상수필: 용문사, 회룡포 돌아 시화연풍을 꿈꾸다] 경북 예천 땅 용문사, 영남제일의 강원(講院)이 절 마당 한편을 차지하고 두 개의 석탑이 다보탑과 석가탑 마냥 대웅전을 떠받들고 있다. 회전문과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상을 마주했다. 사는 것이 업이요, 일상의 생각이 죄라면 죄일까. "하루의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은 죄들이 모두 제 탓"이건만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사천왕상이 두렵게 다가왔다. 사는 것이 업인양 나도 나라도 힘들고 어렵게 느껴진다. 잠시 고개 숙였다. 석탑을 돌아 대장전으로 올라서니 말로만 들었던 티베트의 마니차와 같은 기능을 한다는 윤장대가 자리 잡고 있다. 돌고 돌리면 업장을 소멸해 준다는 윤장대. 이 속에 뜻 모를 경전이 들어 있어 고려인들은 대장경만큼 소중하게 여겼다는 깨달음의 바..

[명상수필: 마음의 문을 생각하다]

[명상수필: 마음의 문을 생각하다] 지금 나 여기, 이 나이에 나는 어떤 원을 그리며 살고 있는가. 아니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원을 그리며 살아온 것인가. 자의든 타의든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의 동심원은 축소되어 왔다. 특히 은퇴를 하고 난 이후는 스스로 좁혀 가기에 급급했다. 쉽게 타인을 멀리하고, 타인 또한 쉽게 나를 거부한 듯 마음의 문은 점점 좁아졌고, 넓고도 높은 하늘은 나지막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기울어 가고 있다. 이제는 보는 것이 두렵고, 듣는 것이 괴롭울 때가 종종 있다. 마광수는 눈은 로고스요, 귀는 파토스라고 했다. 젊은 날의 이성과 감성은 이제 물 건너 간 느낌이다. 그만큼 보고 듣는 데서 오는 사유의 세계가 좁아졌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것은 점점 멀어져 가고, 듣기가 ..

[산문&감상: 조정래의 아리랑 리뷰 1권 제8화 《차라리 죽자》]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제1부 아, 한반도] ♤제8화:《차라리 죽자》 《차라리 죽자》, 많이 들어 본 소리다. 한두 번 해 본 소리지만 모두들 끝내 살아 있다. 이 말 뒤에는 "그래도 살자"라는 말이 스며 있는 것 같다. 극과 극이 주는 절묘한 세렌디피티, 그래서 가끔은 나도 죽었다가 살아있다. 운명과 숙명, 그 명확한 차이를 모르겠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에게는 우연이 아닌 운명적 세렌디피티가 있다. 나를 지탱하게 하는 힘, 그것은 절박 속에서 솟구치는 강인한 생명력 인지도 모르겠다. 감골댁도 그렇게 또 살아갈 것이다. 의 중심인물, 감골댁. 다섯 식구가 밥상에 둘러앉았다. 큰딸이 보름이고 보름이의 동생이 정분, 셋째 딸은 수국이다. 막대 아들이 대근이다. 큰아들 영근이는 돈을 벌기 위해 부역을 가고 없..

[명상수필: 12 순례길, 행복한 동행]

[명상수필: 12 순례길, 행복한 동행] 코로나로 바깥출입이 통제되었을 때다. 날은 춥고 마음은 시렸다. 이때 읽은 책이 《57일간 배낭여행》(성문출판사/2020.3.2. 발행. 나식연 공저) . 내가 이 책을 두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12 순례길'에 대한 간접경험이 준 설렘 또는 그 이상의 아가페적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다.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따뜻함, 어쩌면 그것은 나름의 신성이요 은총인지도 모른다. 예수님의 열 두 제자, 그 순례길이 있는 줄은 몰랐다. 세기의 역병, 코로나가 나에게 준 유일한 선물이라면 바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체험이다. 카미노는 길을 의미한다. 그들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길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거친 숨, 흐르는 땀으로 값을 치러야만 제대로 알려주..

[산문&감상: 조정래의 아리랑 리뷰 1권 제7화 《일진회 지부》]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제1부 아, 한반도] ♤제7화:《일진회 지부》 는 1904년 8월 송병준의 주도로 설립된 일진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부조직, 그해 9월 의 이야기가 핵이다. 소설 속 인물을 두고 난도질을 할 때는 나름 열락의 카타르시스가 있다. 허구적 인물, 일그러진 인물에 대한 단죄, 실체적 실존이 아니기에 얼마나 통쾌한가. 그러나 허구적 인물이라고 해서 전적으로 허구가 아닌 것이 역사소설이다. 소설 속 백종두. 나는 그를 마구 씹고 싶지만 마음이 편하질 않다. 그것은 개연성을 지닌 나의 자존심이요, 우리의 일그러진 허상이기 때문이다. -일진회는 조선 군대를 해산시키고 내각을 교체, 일제의 조선지배권을 강화시키려는 목적으로 탄생한 단체. 을사늑약이 체결되기 직전, 1904년 11월 6일 ..

[명상수필: 곡선을 생각하다]

아포리즘 수필을 염두에 두고 《곡선을 생각하다》를 써 보았다. 200자 원고지 2.5매 분량의 짧은 글이다. 대체로 서정수필은 200자 원고지 기준 1200자에서 1500자 정도를 기본으로 한다. 요즘은 신춘문예나 공모전 이외는 1000자 이내로 족하다는 평이다. 사실 필자의 경험으로도 대개의 경우 1000자 이내에서 할 말 다한다.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200자 원고지 5장으로 족하다는 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어느 정도 쓰다 보면 좀 더 압축해서 짧은 이야기로 강한 메시지를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여기서 파생된 것이 아포리즘 수필이라고 보면 된다. 중요한 것은 분량이나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메시지다. 아포리즘, 어학사전에는 "신조, 원리, 진리 등을 간결하고 압축적인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