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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감상: 하늘은 하늘인가 보다]

[자작시&감상: 하늘은 하늘인가 보다]가끔은 이마에 손을 대고 하늘을 본다그러면 머리가 하늘처럼 맑아진다하늘 기운이 머리에 들어와머리 찌꺼기를 쓸어간 듯생각이 없을 때는 하늘이있는 줄도 모르다가  생각보다 생각이많아질 때면 하늘이 보인다가끔은 이마에 손을 대고 하늘을 본다그러면 머리가 하늘처럼 맑아진다역시 하늘은 하늘인가 보다머리가 아플 때는 약보다하늘을 먼저 본다하늘을 보면머리 위로 하늘이 내려와아픈 머리를 어루만지고 간다가끔은 이마에 손을 대고 하늘을 본다그러면 머리가 하늘처럼 맑아진다역시 하늘은 하늘인가 보다*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말이 나오지 않고 가슴은 답답하다. 날씨 탓 일수도 있지만 날씨보다 더 지독한 가슴앓이가 문제리라. 할 말은 많지만 어찌 행동할 수 없는 자위적 탄식이 눈앞을 가로..

[자작시&감상: 막걸리 한 사발에]

[자작시&감상: 막걸리 한 사발에]막걸리 한 사발에 사람이 달리 보인다그와 나의 이마에막걸리가 그늘처럼 매달려 있다노란 참외가 검은 봉지에서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한 잔또한 잔기다림은늘기다림이다막걸리 한 사발에 퍼올린 그늘이 한 말 이다그늘이 주름이고주름이 아픔인 것을막걸리 한 사발에 사람이 달리 보인다그와 나의 이마에막걸리가 그늘처럼 매달려있다*부추전에 한 잔 막걸리를 마셨다.  그늘진 두 사람이 만나 그늘진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막걸리가 한 사발이다. 그와 내가 만나면 자주 막걸리를 마신다. 옛날에는 막걸리에도 힘이 있는 듯, 한두 잔 마시고 나면 힘이 솟구치고 온몸이 달아올랐지만 요즘 마시는 막걸리에는 힘도 맥도 없다. 세월 따라  막걸리에도 주름이 생긴 듯 내 마음에 자꾸 그늘이 생긴다. 주고받으며 ..

[자작수필&감상: 선학(仙鶴)이 된 노송(老松), 선유도(仙遊島)여 날아라]

[자작수필&감상: 선학(仙鶴)이 된 노송(老松), 선유도(仙遊島)여 날아라] 신선이 노닐었다는 작은 섬, 선유도(仙遊島)에서 나는 한 그루 노송(老松)에 빠져들었다. 석양과 어우러져 두둥실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노송, 이미 노송은 노송이 아니라 한 마리 학(鶴)이다.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이랄까. 짐짓 나는 신선이 된 느낌이다. 선유정(仙遊亭) 정자를 품고 선유교(仙遊橋)를 유유히 날아오른 한 마리 선학(仙鶴), 한 줄기 강바람이 겨드랑이를 파고든다. 선유도(仙遊島) 공원에 왔다.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에 있는 도심 가까운 생태공원이다. 2002년 4월에 개장, 20년이 지난 공원이다.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던 정수장이 변신한 공원이라고 '물의 공원'으로 불리기도 한단..

[자작시&감상: 스크린 참 좋다]

[자작시&감상: 스크린 참 좋다]낮달이보이기 전에스크린 간다낮달 같은친구가형님으로 반긴다굿샷~십팔 홀 돌고 나니히죽이 웃는 낮달이중천을 날아간다스크린 참 좋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스크린을 친다.  스크린을 친다는 말은 스크린 골프를 즐긴다는 말이다. 이제  스크린 하면 골프를 말한다. 말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언어가 신생, 성장, 사멸하는 과정도 인간사와 별반 다름없다. 힘이 있으면 이렇듯 자리매김한다.동반자 중에 대머리 골퍼가 있다. 입도 작고 눈도 작은 사람이 낮달을 닮았다. 그는 나를 보면 그저 형님이라 부른다. 함께 라운딩을 하는 날이면 몸도 마음도 날아간다. 자주 치면 칠수록 정이 가는 사람, 그의 얼굴은 늘 웃는 골프공이다.굿샷!  대머리가 친 공이 하늘을 날아 홀을 향하고 있다. 대머리 ..

[자작시&감상: 상처 깊은 밤에는]

[자작시&감상: 상처 깊은 밤에는]상처 깊은밤에는시를 쓴다시를 쓰면시에 박힌상처가꽃처럼 피어난다흔들흔들바람 같은 이 마음모진바람이또할퀴고 지나간다분명 저기 저바람벽에그믐달 같은하얀 사람은 피고 지는데상처 깊은밤에는시를 쓴다밤 깊도록시를 쓴다*달성군 구지면 도동리에 다녀왔다. 마늘, 양파, 감자밭이 보기 좋다. 도동리 138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신 뒤 자전거길을 따라 거닐었다. 축사에는 살이 오른 소들이 한가롭게 여물을 씹고 있다. 열병이다. 보름 지나 그믐달이 되도록 달빛이 보이지 않는다. 안고 가야 할 사람은 많은데 서로 등지고 가는 사람들. 사람들은 자꾸 떠나가고 세월은 자리를 비운다.모진 밤, 한 줄 시를 쓰다 보면 그믐달이 하얀 사람으로 피어오른다. (2024.5.16.)

[자작수필&감상: 흥 너머 신선놀음]

[자작수필&감상: 흥 너머 신선놀음]상주 경천대 폭포수가 길손을 유혹한다. 오월의 더위가 이미 한여름이다. '낙동강 1,300리 물길 중에서 경관이 가장 빼어난 곳으로 하늘이 만들었다 하여 일명 자천대( 自天臺)'라 불리는 경천대(驚天臺). 셔틀버스를 타고 오르내리는 조각공원, 경천전망대, 상도 촬영장, 무우정.  물 좋고 산 좋은 곳을 지나칠 때면 저런 곳에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자연에의 동경, 이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멋진 벗이 대나무숲 속  전원주택을 지었다.  편백나무로 천장과  벽을 장식하고 남향으로 반듯하게 자리를 잡았다. 거실에는 한 편의 시를 쓴 액자가 걸려 있다. 생전 춘부장께서 쓰신 서예 작품이다.興來長嘯上高樓(흥래장소 상고루) 높은 누각 읊조린 흥 길게 이어지고明..

[자작수필&감상: 진밭골이 될 줄은 몰랐다]

[자작수필&감상: 진밭골이 될 줄은 몰랐다]진밭골 깊숙한 곳에서 부추전에 막걸리를 마셨다. 역시 막걸리에는 부추전이다. 진밭골은 대덕산과 용지봉 사이의 긴 골로서 대구 수성구 범물동에 있다. 논농사나 밭농사를 하기에 부적합하여 수전(水田)이라 불렀고, 순우리말로 물밭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여 얼핏 들으면 쓸모없는 곳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진밭골만큼  포근한 계곡도 드물다. 진밭골, 이름과 달리 공기 맑고 아늑한 골짜기는 도심 가까운 힐링 장소로서는 일급 지라면 일급 지다. 가끔씩  친구들과 오르락내리락하며 거닐 수 있는  집 가까운 그리 높지 않은 진밭골을 나는 좋아한다.이날도 우리는 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나누어 앉았다. 몇 차례 술잔이 돌아가고 살짝 이마에 맺힌 땀이 식어갈 때쯤 일상사를..

[자작시&감상: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

[자작시&감상: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 국밥이 국밥을 먹는다웃는 돼지도 먹고우는 돼지도 먹는다국밥이 국밥을 먹는다때론 따로국밥을 먹고때론 훌훌 말아먹기도 한다국밥이 국밥을 먹는다내보다 더 잘 먹는다돼지는 온몸이 돼지국밥이다나도 온몸이 돼지국밥이다돼지도 나도국밥을 먹는다우리는 한 몸이다*나는 돼지국밥을 즐겨 먹는 편이다. 국밥에도 내용물에 따라 순대국밥, 순살국밥, 섞어국밥, 따로국밥이 있다. 그때그때 선택에 따라 무엇이든 그침 없이 먹는다. 여기에다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그들이 붙인 이름 따라 "일품돼지국밥"이 되고 "정성순대국밥"이 되기도 한다. 이런 돼지 국밥을  정신없이 먹다 보면 돼지가 국밥을 먹는지 내가 국밥을 먹는지 헷갈린다. 돼지국밥이 내가 되고 내가 돼지국밥이 된다. 그렇게 돼지도 나도 ..

[산문&감상: 조정래의 아리랑 리뷰 2권 제1화 《횃불 횃불 횃불》]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 제1부 아, 한반도]-제1화 횃불 횃불 횃불-횃불은 의병 봉기를 상징한다. 들녘에 봄기운이 아련하게 어렸다. 봄기운이 살아서 움직인다. 이것은 겨울이 풀리고 있는 모습이다."얼었던 산천만 풀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몸도 풀리고 있었다. 몸이 풀리기를 기다려 제일 먼저 몸을 일으킨 곳이 충청도였다. 안병찬이 의병의 깃발을 세운 것이다."중심인물 송수익과 임병서가 뒤뜰에서 만나고 있다. 충청도에서 시작된 의병봉기가 일단은 왜놈들과의 접점에서 패했다는 소식 속에 "이등박문"이 초대 통감으로 부임해 왔다. 통감부의 첫 번째 일이 경기, 인천, 부산 등지에 일본 거류민을 위한 수도시설 사업이다. 식민지적 상황이 아니라면 얼마나 숭고한 사업인가. 그냥 솟아오르는 샘물이 아니라 깨..

[자작시&감상: 손수건]

[자작시&감상: 손수건]손수건을 들고 길을 나서면사람이 따라온다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듯 손수건 위로 피어오른다손을 흔들며 갔던 사람은 반갑게 피어오르고눈물을 훔치며 돌아선 사람은 피다 말고 이내 진다손수건을 들고 길을 나서면 그리운 사람은 그리운 대로 보기 싫은 사람은 보기 싫은 대로 그렇게  꽃은 피고 진다 *딸애가 쇼핑몰을 열면서 기념으로 손수건 몇 장을 보내왔다. 딸애의 얼굴을 떠올리며 대박을 기원하자 살짝 손수건이 웃으며 마른 내 입술을 훔쳐갔다. 생각보다 촉감이 좋은 것이 꼭 딸애의 심성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정말이지 대박이 나면 좋겠다.그런가 하면 지난주에는 서랍을 정리하다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구입한 '나노건강손수건'이 눈에 띄었다. 분홍색깔의 이 손수건을 사용하면 눈이 맑아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