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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감상: 오늘 하루 ]

[자작시&감상: 오늘 하루 ]하루를 넘긴 전설이 구석구석 마음밭을 수놓는다무시로 변하는 마음밭에잠시 눈길을 주지 않으면마음밭은 이내 말라버린다오늘은 마음밭에 잡초도 뽑고웃자란 엉겅퀴도잘라 버렸다누가 먼 길 먼 하늘 위에서나를 위해 기도를 했는가 보다기어이 찾아온 오늘 하루전설 같은 감사의 밤이마음밭에 포근히 깃든다*비슬산 중턱 유가사로 이어지는 둘레길에서 녈비를 만났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 날은 하루도 길게 느껴진다. 산사 풍경소리도 힘이 없고 흘러가는 물줄기도 맥이 없다. 하늘도 지쳤는지 낮게 퍼져 있다. 그래도 오늘 하루 내 있음에 감사한다.(2024.6.17.)

[자작시&감상: 그렇다]

[자작시&감상: 그렇다]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남의 이야기를 함부로 말할 때가 있다. 그렇다. 가끔은 사람들이 그것이 자신이 한 일이면서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발뺌을 할 때도 있다. 그렇다.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아무런 죄책감 없이 그 일을 되풀이할 때도 있다. 그렇다. 하지만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심히 부끄러워할 때도 있기는 있다.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타인이 몰라주길 바랄 때도 있다. 그렇다. 가끔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 일을 가지고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우길 때는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다. '가끔은'이란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그래서 늘 '가끔은'이란 말을 경..

[산문&감상: 수필, 생각할수록 매력적인 장르다]

[산문&감상: 수필, 생각할수록 매력적인 장르다] 버지니아 울프의 산문, 을 읽다 보면 수필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싹 사라진다. 수필을 철저히 개인적 영역의 글로 치부하며 아예 수필이 문학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 울프는 수필을 수필이라 하지 않고 사사로운 수필이라고 칭한다. -사사로운 수필이 몽테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사실인데 이럴 경우 몽테뉴를 초기 현대인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 사사로운 수필은 그 시대 이래로 상당히 흔하게 쓰였지만, 우리 시대에 그것이 누리는 대중적 인기는 워낙 엄청나고 특이해서 그 형식을 우리 시대의 형식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먼 후손들이 보았을 때 우리에게 전형적이고 특징적인, 시대의 기호로 말이다. 우리가 수필에서 딱히 대단한 성공을..

[산문&감상: 울프의 독서기법과 이어령의 명문장, 멍 때리기]

[산문&감상: 울프의 독서기법과 이어령의 명문장, 멍 때리기] 교보문고에 앉아 멍 때리고 있다. 멍 때리기는 공원이나 강둑이면 족하지만 굳이 문고까지 와서 멍 때리기를 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고 싶다. 구석구석 쌓여 있는 책들이 사고뭉치다. 온갖 말들이 치고받고 야단이다. 책은 말이 없는데 사람들은 책을 폈다 덮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책과의 전쟁이 독서라고 착각할 정도다. 문고에 앉아 있지만 몸도 마음도 마구 무너져 내린다. 그냥 무너져 흘러간다. 글도 마음도 다 흘러간다. 이유는 독서도 글쓰기도 싫어진다는 것이다. 싫어진다기보다 재미가 없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몸과 마음이 늘어지고 눈이 아픈 것을 어이하랴. 즐거워서 하는 일이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멍..

[산문&감상: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정소영, 엮은이의 말, -여성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기- 리뷰]

[산문&감상: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정소영, 엮은이의 말, -여성으로 읽고 쓰고 생각하기- 리뷰]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버지니아 울프 산문선, 정소영 엮고 옮김, 온다프레스 출판》 -"삶은 우리를 감싸는 반투명의 봉투", 인생의 모호함에 맞서 평생 읽고 쓰면서 그 답을 찾고자 했던 한 인간의 분투- -누가 책을 읽으면서 최종 목적지를 생각할까요? 그냥 그 자체로 좋아서 계속 추구하는 것이 있지 않나요? 즐거움만이 최종적인 목적인 경우 말이에요. 적어도 내게는 이런 꿈이 있어요. 심판의 날이 와서 위대한 정복자와 법률가와 정치가들이 왕관이나 월계관을 쓰고 불멸의 대리석 위에 선명하게 그 이름이 새겨지는 보상을 받을 때, 옆구리에 책을 끼고 다가오는 우리를 보고 신께서 베드로에게 이..

[수필&감상: 그는 왜 그랬을까]

[수필&감상: 그는 왜 그랬을까 ] 하늘을 향해 뻗은 전봇대마저 강풍에 흔들리고 있다. 겨울 까마귀 한 마리가 담장에 앉아 한참을 울고 간 그날, 마당에 있는 수돗물이 철철 넘치며 세 평 남짓 자갈 가득 찬 마당을 흥건하게 적셨다. 별것 아닌 일에 흥분을 하고 주저앉기가 일쑤다. 그날도 나는 나를 째려보는 노인의 눈매가 저주스러워 버럭 화를 내며 먹던 밥을 엎어 버렸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가는 길이 외로운 것은 그냥 사람이기 때문이런가. 잎과 꽃이 따로 피는 상사화를 생각하며 사랑 그놈 참 지독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가 왜 그랬을까.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면 되었을 것을. 내가 그를 모르는데 그가 그를 어이 알겠는가. 이상한 것들이 짝을 이루며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시계가 거꾸로 돌고 지동차..

[자작시&감상: 오월 성모성월]

[자작시&감상: 오월 성모성월]마음 바쳐고개 숙이니성모성월하늘이 멍들고땅이 몸살을 앓고물이 바다를 삼키고사람이 사람을 물고 있다마음 바쳐고개 숙이니성모성월그늘진 달무리는알 수 없는 별똥별을마구 토하고 있다하늘이 몸살을 앓고땅이 멍들고바다가 물을 삼키고사람을 사람이 물고 있다마음 바쳐고개 숙이니성모성월저만치 하늘 높은 죄더미천둥 번개도 하릴없이눈물을 쏟고 있다오월 성모성월어머니 손잡고가라는 그 길 가라지만형제자매그 길, 갈 길 몰라목 놓아묵주로 간다*성모성월(聖母聖月)은 '예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를 특별히 공경하는 달인 양력 5월을 이르는 말'이다. 오월은 어버이날, 어린이날, 스승의 날,  4월 초파일에다 성모성월의 달이다. 경건하게 지내야 할 오월이 모두가 아버지요, 어머니요, 순수의 어린이요, 보..

[자작시&감상: 당신은 참으로 답답한 사람입니다]

[자작시&감상: 당신은 참으로 답답한 사람입니다] 내가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그저 그것은 그것이라고만 하였습니다. 내가 또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또 그저 그것은 그것이라고만 하였습니다. 당신은 그것이 무엇인 줄 빤히 알면서도 그것이 그것이라고만 하였습니다. 이것만 두고 당신을 생각하면 당신은 참으로 나쁜 사람입니다. 분명 그것이 무엇인 줄을 알면서도 말하기를 꺼리는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입니다. 그녀가 긴 의자에서 내 팔을 베고 누워 있을 때만 해도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몰랐습니다. 무엇을 안다는 것이 참 괴상한 일인 것 같습니다. 내가 그녀의 머리를 빠져나와 내 팔이 자유로이 움직일 때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구속과 억압이란 것이 다름 아닌 내가 그녀의 몸에 매..

[자작수필&감상: '찬또배기'를 생각하다]

[자작수필&감상: '찬또배기'를 생각하다] '제2회 2024 파워풀 K-트로트 페스티벌'에 초대받았다. 3만여 관중석 맨 앞줄에 앉게 되었다. 살다 보니 이럴 때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유명가수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보며 공연을 즐기는 기분이란 판도라의 상자를 마주한 묘한 느낌이랄까. 절망과 희망, 한 세기를 살아가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몇 해전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 트롯을 즐기며 위안을 삼을 때도 이미 열려버린 판도라의 상자, 걷잡을 수 없는 불안 공포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장윤정, 양지원, 김용임, 진성, 박서진, 영탁, 찬원이 대구를 찾았다. 대형 스크린 앞에서 이들의 표정과 몸짓을 바라보며 순간을 즐기는 이 기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따라 파란색, 노란색, 분홍색으로 ..

[자작시&감상: 나를 위한 서시]

[자작시&감상: 나를 위한 서시]당신을 좋아하고 존경했습니다. 문학이 순수를 지향하지만 그 순수에 깃든 결코 만용이 아닌 용기를 지닌 당신을 흠모했습니다. 하지만 '님의 침묵처럼 그 용기는 어느 날 만용 되어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문학은 바람이 아니라 공기여야 합니다. 문학이 바람 되어 이리저리 흩날릴 때 이미 문학은 문학이 아닙니다. 정치는 바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학이 바람이 될 때 이미  순수는 사라지고 맙니다.아무리 좋은 말로 좋은 시를 쓴 들, 아무리 명석한 두뇌로 문학적 담론을 이야기한들, 이미 바람 따라 움직이는 당신의  글과 말은 문학이 될 수 없습니다.사람의 문학은 그저 사람의 문학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의 문학에는 높낮이가 없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사람의 문학이면 족합니..